다섯 손가락 이야기
다섯 손가락 이야기
  • 연규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12.01.03 22: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연규민 <칼럼니스트>

지난해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되새겨 보았습니다. 충북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꼰지방송이란 인터넷방송을 만들어 방송하면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중에 다섯 손가락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서 다른 곳에서도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영화 도가니를 보고 느낌을 나누는 방송이었는데 수화를 가르치는 선생님 한 분을 모셨습니다. 방송 중에 간단한 수화도 배웠는데 수화를 가르치기 전에 들은 이야기입니다.

하루는 다섯 손가락이 모여 서로 최고라고 다툼을 벌였습니다. 첫째 손가락이 말하기를 으뜸이라고 말할 때 자신을 치켜세우니 자신이 으뜸이라는 것입니다. 둘째 손가락은 어딘가를 가리키거나 공부를 할 때 자신이 나서니 자신이 제일이라고 합니다. 셋째 손가락은 가장 키가 크니 자신이 최고랍니다. 넷째 손가락은 금반지도 껴보지 못한 것들이 어딜 나서느냐고 다른 손가락들에 호통입니다. 이런 자랑을 듣고 있던 다섯째 손가락은 슬퍼졌습니다. 그래서 궁리 끝에 한마디 했습니다. "너희 내가 없으면 뭐가 되지?"

엄지는 권력자를, 검지는 지식인을, 중지는 외모가 뛰어난 사람을, 약지는 부유한 사람을 뜻한다고 합니다. 새끼손가락은 사회적 약자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새끼손가락을 잡아당기는 것은 '병신'이란 표현이 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답니다. 우리가 사회적 약자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다면 장애가 있는 사회가 됩니다. 청각장애인 학교에 수화를 능숙하게 하는 선생님은 아주 소수라고 합니다. 외국인과 소통하기 위해 열심히 영어를 배우는 것처럼 청각장애인과 소통하기 위해 수화를 배우는 것 또한 중요한 일입니다.

올해는 다섯 손가락이 서로 제일이라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서로 믿고 힘을 합쳐 일하며 살아가는 형제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엄지를 치켜세우고, 누구를 제일 사랑하느냐고 물으면 검지를 펴서 그 사람을 가리키고, 누군가 약한 사람을 괴롭히면 제일 긴 손가락으로 한방 먹여주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제를 위해 약지의 반지를 빼서 도와주고, 신뢰를 쌓아야 할 동포를 위해 새끼손가락을 걸어주는 그런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FTA 파고가 험난하게 다가옵니다. 여야와 계층 간의 이해를 떠나 민족적 관점에서 다섯 손가락이 힘을 합쳐 대응해 갔으면 좋겠습니다. 남북관계도 오랫동안 냉랭하게 지내왔습니다. 북한의 급격한 변화를 계기로 신뢰를 회복하고 상호협력으로 경기회복의 발판을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의 선거에서는 새로운 선거문화가 생겼으면 합니다. 분야별 정책에 대해 끈기 있게 토론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제시하는 후보를 선출하는 선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비롯한 학교가 다시 살아나는 한해였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어려운 교과과정도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등생만을 위한 학교가 아니라 모든 학생들을 위한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장선생님의 지시로 문제를 덮어버리기에 급급한 학교가 아니라 선생님과 학생 모두를 위한 학교로 함께 고민하는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다섯 손가락 마주치며 아이들 웃음소리 가득한 학교를 기대합니다.

◈ 필자소개

현재 법무사로 일하면서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며 직접 국악을 가르치는 등 남다른 열정으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