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11>
궁보무사 <111>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2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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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고깃덩어리를 사정없이 구워대는데…
29.오근장의 최후

"아니, 너, 지, 지금…. 무 무슨 짓을…. 으- 으아아악~"

오근장은 갑자기 단발마의 비명을 크게 내질렀다.

순식간에 타들어간 불길은 죽지유(竹脂油)를 잘 쳐 발라놓은 오근장의 튼실한 가운데 고깃덩어리를 사정없이 구워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으아아앗! 뜨거 뜨거워! 으아아악!"

오근장은 갑자기 팔팔 뛰어대며 자기 그곳에 붙은 불을 끄려고 요동을 쳤다.

"이에잇!"

양지는 가볍게 외침과 동시에 황금 그릇 안에 가득 담겨있던 죽지유 기름을 오근장의 그곳을 향해 통째로 쏟아부어버렸다. 그것은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에 기름을 들이붓듯 더욱 세차게 불길을 지폈다.

"으아아악!"

오근장은 도저히 뜨거워서 견디지 못하겠는 듯 아랫도리에 시뻘건 불길을 매단 채 그 커다란 체구를 이끌고 미친 듯이 방 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것은 마치 커다란 황소가 뜨거운 불침을 급작스레 얻어맞고 미쳐 날뛰는 꼴과 흡사해 보였다.

"이놈! 이제야 내가 비로소 복수다운 복수를 했구나. 아까 내가 네놈의 그곳에서 뜨거운 김이 솔솔 새어나오고 미친 듯이 팔짝팔짝 뛰도록 해준다고 했지. 자, 약속대로 난 이걸 선물로 가져가련다."

어느새 옷을 대충 걸쳐 입은 양지가 이렇게 내뱉듯이 말을 하고는 말끔히 비워진 황금 그릇을 옆구리에 낀 채 황급히 방문을 열고 나가려했다.

"이에에잇!"

그제야 자신이 보기 좋게 속은 것을 알게 된 오근장은 그 뜨거운 와중에도 달아나려는 양지를 향해 덤벼들려고 했다. 그러나 자기 아랫도리가 너무나 뜨겁게 달아오르고 위아래로 점점 타들어 가기 때문인지 오근장은 그 아픔을 견디지 못해 커다란 공처럼 자기 몸을 바닥 위에 데구루루 굴려댔다.

양지는 가쁜 숨을 몰아내 쉬어가며 급하게 방문을 열고 나가려했지만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묵직하게 잠겨있는 출입문. 안에서 잠갔는지 아니면 밖에서 잠가놓았는지 모르지만 도무지 열리지를 않았다.

'아, 아! 이걸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한다지.'

몸이 바짝 달아오른 양지가 급하게 다시 문을 세차게 밀고 흔들어 보았지만 완전히 꽁꽁 얼어붙은 듯 아예 꿈쩍조차도 하질 않았다.

"아! 으으으윽!"

뜨거움에 발광을 치고 요동을 쳐대며 진땀을 쭉쭉 흘리던 오근장이 그제야 문득 생각이 난 듯 커다란 침대 아래에 은밀히 설치해 놓은 비상용 끈을 급하게 잡아당겼다.

그러자 요란한 풍경 소리와 함께 그토록 요지부동이었던 출입문이 드르륵 열려지며 밖에서 지키고 있던 삼외 무사들이 깜짝 놀라 안으로 급히 뛰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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