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1.12.30 0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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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규호 부국장(보은·옥천)

또다시 한 해가 갑니다.

예전보다 뜸하기는 해도 친절한 연하장은 살아 있음과 평안함을 묻고, 휴대전화의 문자는 쉴 틈 없이 울려댑니다.

그런 번잡함 속에서 올 연말도 어김없이 송년회라는 명목으로 내 몸을 혹사시키고 있습니다.

시간이 정해지고, 달력이 생겨났으며 그 한 장 한 장의 달력이 찢겨 나갈 때마다 간간이 애잔함이 있기는 합니다만, 어쩌다 사람들은 그런 세월의 흐름에 그토록 망연자실하는지요.

해를 보내는 일과 다시 새해를 맞는 일은 따지고 보면 단 일 초 차이에 불과합니다. 그 찰라에 목말라하면서 사람들은 제야의 종이 울리는 종각 주변을 서성거리며, 또 높은 산과 탁 트인 바닷가를 찾아 해돋이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죽어라 하며 술을 퍼마시면서 잊히지 않는 일들을 잊으려 안간힘을 쓰느라 몽롱합니다.

그러나 어디 세상 사는 일이 그렇게 쉽게 망각을 거듭하면서 늘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깨어 있을 수만 있겠습니까.

잊을 수 없는 일은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결코 잊히지 않고, 잊지 않았으면 하는 순간순간의 기쁨은 세월이 흐르면서 저절로 기억에서 사라지고 마는 것이 인지상정인지라 또 한 해를 보내면서 이토록 조바심이 나는 까닭이겠지요.

문제는 이 모든 것이 결국 내가 '나'로서 올곧게 서 있지 못한 탓이라 여겨집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정작 가장 흔들림 없어야 하는 '나'를 잊고 있으며, 그 '나'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일이 많습니다.

'우리'라는 울타리를 부지불식간에 쳐 놓은 상태에서 '나'는 어디에 있는지조차 찾지 못하는데, 그 '우리'에게서 과연 진정성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다른 별에서 지구를 찾아온 어린 왕자에게 여우는 '진실한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는 것과 '상대방을 길들여 사귐으로써 둘만의 역사를 쌓아서 진정한 친구가 돼야 한다'는 등의 진리를 가르쳐 줍니다,

수많은 별 가운데 유독 자신의 눈에 쏙 들어오는 한 개의 별에 사랑하는 장미가 있고 자신은 그 장미를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어린 왕자는 결국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통해 진리를 터득하게 되는 이치는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확인시키는 이야기겠지요.

이제 몇 시간이 지나면 2012년이 됩니다.

지금쯤 어느 누구는 벌써부터 내년에는 큰일을 할 수 있을 것이며, 대권을 차지하거나, 국민의 대표가 되어 국회의사당에 입성할 꿈을 키우고 있겠지요.

그런 꿈속에서 사람들은 나라와 백성의 앞날을 걱정하며, 공동의 이익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같은 사회적 책임 역시 그 출발은 '나'를 통해 세상과 우리를 내세우면서 '나'를 숨기고 '우리'를 떠올리는 책임의 회피가 자리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곰곰이 따져 볼 일입니다.

그리하여 올 한 해를 다 보내면서 '나'를 바로 세우면서, '나'의 소중함을 찾기 위해 뼈아픈 성찰의 시간을 얼마나 가졌는지 뒤돌아봐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아닌지요.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진실의 '나'를 찾음으로써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만큼 다른 사람을 아끼며 혹시라도 상처를 주는 일은 저지르지 않았는지도 우리는 돌이켜 봐야 합니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됩니다. 그렇게 출발하는 새해는 결국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만날 수 없으며, '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결코 찬란할 수 없는 일 아닐까요.

그러니 새해에는 올해보다 더 '나'를 사랑하고, '나'를 보듬어 안으면서 완성된 자아를 꿈꾸는 일에 마음을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 '나'를 찾는 일로부터 비롯되는 '우리'일 때 비로소 세상은 아름다울 수 있을 터이니까요.

새해에는 해맞이도 좋기는 하겠으나, 그보다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해야겠습니다.

올 한 해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모든 사람과 모든 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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