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숙자기자의 이야기 있는 숲길
연숙자기자의 이야기 있는 숲길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2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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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들길은 누가 주인일까요?

부지런한 꽃들이 피었다 지고 나면
2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에
들꽃도 잠시 쉬었다 가는,
짧은 쉼표 같은 유월입니다.

그늘로 숨어든 것처럼
꽃들이 자취를 감추고
피고 지는 일에 주춤거릴 때,
가장 왕성하게 피어나 자기의 영역을
넓혀가는 꽃이 있습니다.
유월의 길가
어느 곳으로 시선을 돌려봐도
뭉텅 뭉텅 피어있는 개망초꽃.
와! 계란꽃이다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는 바로 그,
개망초꽃입니다.

개망초란 이름에는 미적 개념보다는
생활의 의미가 많이 담겼습니다.
번식력이 너무 강하다 보니 뽑아도
다시 자라 농사를 망치게 하는 풀로,
망초를 닮아
이름도 개망초가 되었습니다.
혹자는 나라가 일본에 망할 떄
귀화해온 풀이라
개망초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뽑아도 뽑아도
질기게 올라오는
저들의 생명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하나의 가지 끝에서 피고 지며
여러 송이 꽃을 피우는 능력과
노란꽃 속에 들어찬 씨앗,
그리고 어떤 환경이라도 적응해 나가는
본능이 척박하면 척박할수록
저리도 질긴 생명력으로 나타납니다.

농부의 눈으로 본다면야 잡초이지만
곤충의 눈으로 본다면 먹이창고겠지요?
노란 개망초꽃 위로
깜둥이창나방이 날아왔습니다.
초록과 대비된 흰빛,
흰빛과 어우러진 노란빛,
그 안에 깃든 생명은 자연만이 빚어내는
화폭입니다.

   

/연숙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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