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연말연시 되길
따듯한 연말연시 되길
  • 박병찬 <칼럼니스트>
  • 승인 2011.12.22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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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박병찬 <칼럼니스트>

문득 지난달 언론매체에 보도된 학교언어문화실태가 생각났다. 충북도교육청에서 도내 초·중·고교생, 학부모, 교직원을 대상으로 '가장 듣고 싶은 말과 싫어하는 말'을 조사한 결과 말이다.

학생들은 '넌 할 수 있어. 너 성격 참 좋다. 사랑해' 등의 말을, 학부모들은 '애들 참 잘 키웠어요. 사랑해요. 존경합니다' 등의 말을, 교사들은 '선생님, 수업 완전 재미있어요' 등의 말을 듣고 싶어하고, 학생들은 '집에서 그렇게 가르치더냐. 나중에 커서 뭐가 되려고. 너 어쩜 그러냐' 등의 말을, 학부모들은 '해 준 것이 뭐가 있어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그렇게 무식해' 등의 말을, 교사들은 '정말 짜증나' 등의 말을 듣기 싫어한다고 한다.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다. 필자도 학생 시절이 있었고 두 아이의 부모인 데다 강단에도 서 봤기 때문이다.

말(言)은 말(馬)이 되어 움직인다. 누군가의 가슴에 박혀 영향력을 행사한다.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 잘하면 천 냥 빚도 갚지만 잘못하면 평생 후회하는 눈물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부모자식·형제간에 살인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배신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도 한다. 얼굴에 난 상처는 아물 수 있어도 가슴에 난 상처는 평생 가는 법이다.

말은 씨가 되고 현실이 된다. 미국 어느 교도소에서 수감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그렇다. 수감자 90%가 부모들로부터 '너 같은 녀석은 결국 교도소에 갈 거야'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고 한다. 말이 현실이 됐다. 말은 생명이 없는 물·밥 등 무생물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본 어느 연구소에서 한 달 동안 밥을 가지고 실험한 결과가 그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은 밥은 향기로운 누룩이 됐으나 '망할 자식'이라는 말을 들은 밥은 부패해 쓸모없는 오물(汚物)이 됐다고 한다. 말은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인간은 말을 먹고 산다. 어떤 말을 듣고 사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좋은 말을 듣고 살면 좋은 사람이 되고, 나쁜 말을 듣고 살면 나쁜 사람이 된다. 말은 하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고 한다. 자신을 위해서라도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하며 살아야 한다.

주변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인성함양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명품 옷이나 화장품 등으로 겉모습을 꾸미는 데는 열중하나, 말을 예쁘게 하는 교육이나 연습에는 관심이 없다. 말은 행동의 원천이며 습관이 되고 인성이 되고 인생을 결정하는데도 그렇다.

주변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과 싫어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자신의 말버릇을 성찰해 보고, 주변 사람들의 가슴에 못 박는 독이 되는 말을 하는 버릇은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말은 부메랑이 되어 반드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주변을 보면 어려운 이웃들이 많다. 따듯한 손길이 절실한 사람들이다. 물질적인 도움 못지않게 희망과 격려의 말 한마디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연말연시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가족·친구들에게 따듯한 희망과 격려의 말을 나누는 행복한 연말연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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