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환경 딛고 대학생 첫 논문대상
어려운 환경 딛고 대학생 첫 논문대상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1.12.12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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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립대 임순용군
충북도립대 임순용군(23·반도체전자통신계열 3)이 국내 최대 규모의 IT학회인 '한국정보처리학회'에서 학부생 신분으로는 전국 대학생 가운데 처음으로 논문대상을 수상하는 역사를 새로 썼다.

충북도립대학은 12일 이 대학 조동욱 교수(53·반도체전자통신계열)가 이끄는 생체신호분석연구실에 소속돼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임군이 지난 7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정보처리학회 정보인의 밤' 행사에서 연간 단 한 명에게만 수여하는 영예의 최고논문상인 논문대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임군이 받은 이 학회의 논문대상은 올 한 해 학회에 게재 및 발표된 논문 중 가장 질적으로 우수한 논문을 많이 게재 및 발표한 사람을 포상위원회에서 심사·선정해 학회 송년회에서 시상하는 상으로 그동안 대학 교수와 연구원들이 주로 받아 왔다.

임군은 올해 '헬륨(He)가스가 인체 조음(調音)기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을 비롯해 12편의 논문을 꾸준하게 연구·발표해 왔다.

임군이 한국정보처리학회 논문대상을 수상할 수 있도록 한 이 논문은 TV 오락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하는 헬륨가스 흡입 후 목소리가 변하는 과정 및 그에 따른 인체 이상 여부를 IT정보처리 기술을 적용해 음성 분석한 것이다.

임군은 조 교수가 개발한 음성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수백 번의 실험 분석을 거쳤으며, 그 결과 헬륨가스의 흡입 전과 후의 인체 조음기관 상태의 변화를 추적해 냈다.

이 과정에서 임군은 헬륨가스를 흡입할 경우 목소리의 피치 값이 급격히 떨어짐은 물론 음성의 정확도도 낮아지면서 음역의 스펙트럼 역시 흡입 전에 비해 크게 좁아진다는 사실을 증명해 냈다.

임군은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헬륨가스를 무분별하게 흡입할 경우 폐와 성대를 비롯한 공명기관 등의 인체 조음기관의 건강 상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TV프로그램을 흉내내면서 무의식적으로 따라 할 수 있는 청소년들에게 경각심을 불어넣기도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힘들게 생활하는 차상위 계층이기도 한 임군은 사실 충북도립대에 입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도교수인 조 교수는 임군의 타고 난 성실성을 유심히 지켜보다 일반의 예상을 깨고 임군을 연구팀에 합류시켜 실험 연구는 물론 생활전반에 걸친 상담과 배려로 의욕을 갖게 만들면서 이 같은 성과를 이끌어 냈다.

조동욱 교수는 "순용이가 나를 믿고 집에도 안 가고 밤을 낮 삼아 연구에 정진한 결과이며, 소위 시골 촌 대학 학생이 서울의 호화찬란한 매머드급 명문대학생도 해낼 생각을 못하는 일을 해낸 것이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자신 역시 소아마비라는 신체장애를 극복하면서 수많은 논문 발표와 학술대상을 휩쓸고 있는 조 교수는 자신이 이끌고 있는 생체신호분석연구실 연구원 대부분을 가정형편이 극히 좋지 않은 학생들로 꾸리면서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고 있다.

국내 어느 대학 연구실에서도 해내지 못한 성과를 거두며 지방 소재와 도립전문대라는 한계를 극복, 새 역사를 만들어 가는 조 교수 연구팀은 역시 홀어머니 밑에서 힘겹게 공부해 온 기초생활 수급자 강덕현군(24·삼성전자 연구소 근무)이 지난해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한 데 이어 이번 논문대상 등 영광을 계속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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