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대안' 조형물 건립 낭비성 예산"
"'천하대안' 조형물 건립 낭비성 예산"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1.12.0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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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사학계, 천안시 이름 해석 사용에 제동
"유래 불명확… 끌어맞추기식 표현" 지적도

"'천하대안(天下大安)' 조형물 건립을 위한 5억원은 전형적인 낭비성 예산이다."

6일 천안시민모임 참여예산복지네트워크가 '2012년 천안시 예산안' 분석 결과를 밝히면서 이 조형물을 긴축예산 편성 기조에 역행하는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천하대안은 언제부턴가 천안시 이름을 해석하는 용어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그 용어 유래에 대해선 누구도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조형물 건립 적절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향토사학자 황서규씨는 "천하대안은 천안 관련 어떤 기록에도 나오지도 않고 언제부터 전해 내려온 지도 모르는 말"이라며 "1980년대 천안 광덕면에 천안공원묘지가 조성될 때 그곳에서 사용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천안공원묘원 입지가 사후 최고의 명당임을 홍보할 목적으로 만든 단어일 것이란 추측이다.

천안시는 천하대안을 '하늘 아래 가장 편안한 곳'으로 해석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한문 용례에 맞지 않는 '끌어맞추기식 표현'이란 중론이다. 향토사학자 임명순씨는 "천하(天下)는 천안같이 좁은 지역을 가리키는 개념이 아니라 온 세상 혹은 국가 전체를 뜻하는 단어로 오래전부터 사용돼 왔다"며 "하늘 천(天)자와 아래 하(下)자를 붙여 '하늘 아래'로 해석하는 건 너무 단순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천하대안이란 단어를 1990년대 나온 충남도 관광안내책 천안 편에서 처음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천안의 한 역사교사 김모씨(47)는 "충북 진천군이 '생거지지(生居之地)'를 표방한 것은 '생거진천(生居鎭川) 사거용인(死居龍仁)'이란 표현이 18세기 발간된 이중환의 '택리지'에 나오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천안시는 천하대안이란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단어를 근거로 천안 상징 조형물을 만들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천안 이름은 930년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를 공략하기 위한 병참교두보를 설치하면서 비롯됐다. 2009년 천안서 열린 '천안삼거리 및 호두과자의 역사문화적 의의' 워크숍에서 공주대 윤용혁 교수(고려사)는 "천안이란 이름은 고려 태조 왕건이 삼국을 통일하면서 통일과 평화를 염원해 지어준 이름"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천안이 '하늘 아래 가장 편한 곳'이란 지역 표시 단어가 아니라 '(이곳에 신도시를 건설하면) 천하가 통일돼 세상이 편해진다'는 큰 뜻이 담긴 지명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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