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09>
궁보무사 <109>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20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엉겨 붙은 개 떼어놓듯이 억지로 이렇게 할 수 있소"
27.오근장의 최후

아니나 다를까.

창리가 그의 심복을 따라 부리나케 찾아가보니 역시 예상했던 대로 수비대장 주중은 자기 숙소 안에서 예쁜 계집을 데리고 지금 한참 낯 뜨거운 낮걸이를 뛰고 있는 중이었다.

"뭐하는 건가. 빨리 나오게! 큰일이 났네."

문을 확 열어젖힌 창리가 끙끙거리고 있는 주중을 무섭게 내리 째려보며 호통을 쳤다.

"아. 예. 알겠습니다. 이제 어지간히 다 끝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하필이면 지금 막 절정기에 다다르는 순간인 듯 주중은 두 눈을 게슴츠레 뜬 채로 이렇게 말하며. 자기 배 위에 올라타 있는 계집을 슬며시 이불로 가려주었다.

"어허! 급하다니까. 뭘 자꾸 꾸물거리고 늦장을 부리나"

창리가 큰소리로 다시 호통을 쳤다.

"계집을 한참 따끈하게 데워놓고나서 이제 막 퍼먹으려고 하는 참이오니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기왕에 하던 판이니 마저 끝내야하지 않겠습니까"

주중이 어차피 망신을 당한 거 재미나 확실히 보고 말겠다는 듯 아주 천연덕스럽게 말을 하며 계속 이불을 들썩거렸다.

"야! 너 당장 일어서지 못하겠나."

"어휴. 참! 형님은 뭐 이런 일 평생 안 해보시고 사셨나요 입장을 한 번 냉정하게 바꿔서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 이런 판국에 제가 별안간 멈추게 생겼나."

주중은 여전히 누운 자세로 이불을 들썩거려가며 몹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이 자식이 정말! 지금 사람이 죽느냐 사느냐 촌각을 다투는 판인데."

마침내 참다못한 창리는 후다닥 안으로 뛰어 들어가 주중이 덮고 있는 이불을 확 걷어치워버렸다. 그러자 주중의 배위에 잔뜩 웅크린 자세로 올라타 있던 발가벗은 여체가 적나라하게 훤히 드러났다. 창리는 토실토실 살이 찐 여인네의 두 엉덩짝을 두 손으로 각각 쥐여 잡고는 밭에서 무 뽑아내듯 힘껏 잡아들어 올렸다.

'퐁!'하고 병마개 빠지는 소리와 함께 하나로 엉겨붙어있던 두 남녀의 몸이 그제야 비로소 따로 떼어졌다.

"아. 아니! 창리 형님! 이래도 되는 겁니까 아무리 급해도 경우가 있는 법이지. 남녀끼리 뭘 하고 있는 걸 엉겨 붙은 개 떼어놓듯이 억지로 이렇게 할 수가 있는 거냐고요."

주중이 잔뜩 골이 난 표정으로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으며 창리에게 따져물었다.

"지금 큰일 났어! 자칫 하단 성주님께서 큰 위험에 빠지게 됐단 말이네!"

"네에 성. 성주님이요"

그제야 주중은 깜짝 놀라 두 눈을 크게 떴다.

"성주님께서 어젯밤 꾸신 꿈 얘기도 그렇고. 어쨌든 내 예감이 예사롭지 않단 말이네. 자. 어서 빨리 성주님이 계신 곳으로 가보세. 성주님이 계신 곳을 잘 모르겠다면 성주님을 그림자처럼 항상 따라다니는 삼외무사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고."

창리의 말에 옷을 대충 걸쳐 입은 주중은 급히 서둘러 밖으로 뛰어나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