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집 놔두고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의 겨울나기
제집 놔두고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의 겨울나기
  • 반영호 <시인>
  • 승인 2011.12.06 22: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 포럼
반영호 <시인>

날이 점점 추워진다. 예전보다 겨울이 겨울답지 않다고는 하나 겨울은 겨울이다. 겨울은 바짝 달아매는 추위가 있어야 하고, 여름은 축 늘어지게 하는 더위가 있어야 하고, 가을은 파란 하늘처럼 상쾌해야 하고, 봄은 노곤하지만 상큼해야 한다. 모자라면 답지 못한 계절이 되고 만다.

올겨울은 기습한파가 잦을 것 같다고 예보했다. 이는 기상 이변 때문인데 다행히 추위는 장기간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으로 겨울이 2~30년 전보다 많이 짧아졌다. 예전에는 3월까지 엄청 추웠지만 요즘은 2월 중·하순이 되면 봄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우리나라가 비가 많이 오는 등 아열대성 기후로 변해가고 있어서 겨울이 어쩌면 짧을 수 있다고도 한다.

아무리 올겨울이 춥지 않을 전망이라고는 하지만 걱정거리가 있다. 예술인이 모이고, 업무를 보는 사무실 운영이 고민된다. 원체 낡은 건물이라서 냉·난방이 되지 않는 데다가 협소하여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사무실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로 화장실의 파이프며 호스가 동파되어 물난리를 겪는다. 춥고 협소한 곳에서 수필교실, 시교실, 서예, 현대자수, 한지그림, 종이공예, 국악, 음악교실 등의 운영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예술인들의 언성이 극에 달했다. 수차례 건의를 해 왔지만 어찌 해결할 방도가 없다.

음성에는 번듯한 건물이 하나 서 있다. 웅장하고 품위있는 문화예술회관이다. 몇 해 전 230억을 들여 세운 명품이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훌륭하고 아름다운 건물의 위상만큼 문화예술회관이 활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현대는 문화예술이 가져다주는 창의성과 다양함이 중요시되는 창조적인 문화의 시대다. 삶의 여유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와 참여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에 걸맞게 우리 지역도 풍요로운 삶과 정신을 살찌우며 문화예술을 열어가는 사회를 이루고자 처음 문화예술회관 건립 취지를 내세우고 문화예술회관 건립을 추진했다.

음성의 문화예술인들은 내 집 마련이란 가슴 벅찬 꿈을 실현코자 전국의 문화예술회관을 1박 2일 코스로 세 차례에 걸쳐 두루 답사하였다. 그리고 번듯한 예총사무실과 창작교실, 상설전시관을 꾸며 예술인들의 보금자리로 만들고, 지역 주민에게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였다. 그 후 고대하고 고대하던 문화예술회관 건립이 원만히 추진되어 완공이 되었다. 그런데 개관된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예술인들은 아직도 남의 건물을 빌려 쓰고 있는 실정이다. 1년에 한두 번 사용하고 있는 VIP실, 텅 빈 전시실, 썰렁한 강의실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겉만 뻔지르한 문화예술회관.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예술, 체육 등 다양하고 복잡한 발전 구도와 이념으로 이룩된 사회 속에서, 한 나라를 부국으로 이끌어 가는 데는 예술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엄청나지만 사람들의 빈약한 인식 속에서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나, 어느 국가 어느 인류사를 보더라도 번영의 주체가 문화예술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문화예술이 역사의 척도를 가늠할 정도이고 보면 문화예술인의 위상 또한 드높다 할 수 있다.

열악한 조건과 환경 속에서도 불후의 명작을 꿈꾸는 문화예술인들에게 진심어린 존경과 찬사를 보낸다. 그들이 있기에 문화예술은 존재하며, 나아가 이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의 빛나는 예술혼이 이 사회를 빛내고 있지만 춥고 배고픈 예술인들의 서러움인가

온난화의 영향으로 과거보다 포근해진 겨울이 왠지 추울 것만 같은 올겨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