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08>
궁보무사 <108>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1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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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님이 위험해…죽지유를 가져온 여자를 막아라!"
26. 오근장의 최후

여자와 대나무(竹)! 그리고, 불! 그렇다면 이건 보나마나 너무 뻔한 것이 아니겠는가.

"아! 큰일이다 큰일! 우리 성주님이 위험하시다. 어서 빨리 죽지유(竹脂油)를 가져온 여자를 막아야한다."

창리는 이렇게 외치며 허겁지겁 월오 노인의 집에서 뛰어나와 정신없이 말을 타고 오근장 성주가 있는 궁(宮)으로 달려갔다.

"성주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는가 "

창리는 말에서 내리자마자 가쁜 숨을 헉헉 몰아 내쉬며 경비중인 병사들에게 물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성주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원래 오근장 성주는 자기 딴엔 머리를 좀 쓴답시고 은밀한 애정행각을 벌일만한 장소를 팔결성내 사방팔방 여러 곳에 마련해 놓았었다. 그러기에 그의 아주 가까운 심복이외엔 어느 누구도 언제 어디서 그가 오입질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설사 오입하러 간 그의 행방을 정확히 알고 있는 자가 있다하더라도 입 한 번 잘못 놀렸다가는 나중에 무슨 봉변을 치르게 될는지 몰라 아예 입을 꼭 다물고 모른 척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아! 아! 이를 어쩐다 도대체 이를 어쩐다!'

창리는 너무너무 안타깝고 답답하여 두 발을 동동 굴러댔다. 어느새 그의 입술은 바짝 말라있고 속은 완전히 뒤집힐 듯 울렁거렸다.

어떻게 하든 . 어떻게 하든 성주님을 빨리 만나 뵈어야만 한다.

그래서 괴상망측한 기름 죽지유(竹脂油)를 가져온 그 위험한 여자(양지)와 얼른 떼어놓아야 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지금 성주님이 어디에 계시는지 도통 알 수가 있어야지.

이때 창리의 머리 위에 번쩍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오근장 성주의 신변보호를 위해 그림자처럼 늘 따라 붙어다니는 팔결성 삼외 무사들!

여기서 삼외 무사는 '외평, 외남, 외하'라는 이름을 가진 세 명의 무사를 일컬음인데, 그들의 지극한 충성심은 말할 것 없고, 세 사람 다 제각각 뛰어난 무술 실력을 한 가닥씩 지니고 있기에 팔결성주 오근장으로부터 각별하고도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터였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행방을 알 수없는 오근장 성주를 어렵게 찾아보려는 것보다 이 삼외 무사의 행방을 수소문해서 알아보는 것이 훨씬 더 쉬운 방법일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 그거다 그거! 삼외 무사가 있는 곳에 성주님이 계신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 아니겠어.'

이렇게 생각을 정리한 창리는 즉시 팔결성 수비대장 주중을 찾아갔다. 팔결성 수비대장 주중은 오근장 성주의 맏아들 오동동과 막역한 친구지간으로서 삼십대 초반의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친구 덕에 팔결성 수비 총책임을 맡고 있는 행운아였다.

그런데, 일이 참 어렵게 되려는지 오늘따라 팔결성 수비대장 주중의 모습이 쉽게 눈에 뜨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냐 수비대장 어디 있어 "

창리가 그의 심복인 듯 한 부하를 붙잡고 다급하게 물었다.

"글,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까 분명히 여기에 계셨는데요."

그의 부하가 슬며시 딴청을 피워가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이 자식! 어서 빨리 주중이 있는 곳을 대라. 성주님이 위험하단 말이다."

창리는 너무나 다급한 김에 한 손으로 그의 멱살을 쥐어 잡고 다른 손으로는 그의 목젖에 날카로운 칼을 바짝 들이대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아, 아이고! 압니다! 압니다요.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그제야 그의 심복이 발발 떨어가며 주중이 있는 곳으로 창리를 안내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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