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새 관람객이 반토막 난 박물관
2년 새 관람객이 반토막 난 박물관
  •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 승인 2011.11.2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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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천안박물관은 관람객이 준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언론도 국립박물관이 아니라 관심이 없다, 소속기관인 천안시청서도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게다가 입장료 없는 박물관이라 관람객이 많이 온다고 시 수입이 느는 것도 아니고, 잘 운영된다고 나서서 천안 시정을 칭찬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무관심 속에 박물관은 죽어간다.

천안박물관이 천안시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가 놀랍다. 개관(2008년 9월) 이듬해인 2009년 595명이던 하루 평균 관람객이 2010년 469명, 올해는 364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21%가 줄더니, 올해는 2009년과 비교해 39%나 준 것이다.

주말 관람객 감소세는 더 심하다. 2009년 하루 평균 1012명이던 것이 2010년 720명, 올해는 446명으로 크게 떨어졌다. 2009년과 비교해 주말 박물관을 찾는 이들이 반 토막이 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가.

“다른 박물관들도 개관 첫해는 관람객이 많다가 그 후 조금씩 준다고 하더라.”, “구제역·신종플루 때문에 단체 관람객이 크게 줄었다.” 박물관 관계자의 변(辯)이다. 신생 박물관 일반론에 외부 악재 환경론이 겹쳐진 아전인수격 분석이다. 더욱이 신종플루로 흥타령축제가 취소돼 박물관 관람객 증가에 악영향을 끼친 해는 2009년이었다.

천안박물관은 올해 굵직한 특별전을 두 개 준비해 많은 관람객을 기대했다. 지난봄에 열었던 ‘천안의 마한·백제전’에선 ‘복제품 박물관’의 오명을 벗어보려는 안간힘이 돋보였다. 국립공주박물관·공주대박물관 등에서 용원리·화성리 출토 유물 진품을 빌려와 전시했다.

그러나 관람객을 모으는 데는 힘이 부쳤나보다. 천안박물관의 10월 말 현재 관람객은 9만4726명이다. 2009년 관람객(18만5789명), 2010년(14만5329명)과 비교할 때 연말까지 예년 수준에 이르기는 애초에 글렀다.

지난달 초부턴 ‘어사 박문수 특별전’을 열고 있다. 문중에서 기증한 유물을 정리해 여는 첫 전시회다. 전시장이 썰렁하다. 홍보가 부족한 탓일까. 일반 기업에선 이렇게 실적(관람객)이 좋지 않으면 넋 놓고 앉아 있진 않는다. 관내 학교나 주민자치센터 등 관람객이 유치될 만한 곳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게 이치다. 관람객이 오든 말든 추궁하는 데가 없어 천안박물관은 행복하다.

천안박물관의 올해 예산은 14억3000만원. 지난해(8억1000만원)보다 76%(6억2000만원)나 올렸다. 증액된 예산은 유물 수집·관리(2억6000만원) 및 전시·교육(3억4000만원)에 쓰였다. 천안시가 이렇게 세금을 쏟아붓는데 왜 관람객은 주는 걸까.

구제역 때문일까. 신생 박물관의 초기 붐 꺼짐 현상일까. 설마 박물관 관계자들이 그 탓만 하고 있다면 정말 큰일이다.

천안박물관은 3년간 변한 게 없다. 국립박물관이나 대학박물관 수장고에서 천안 출토 유물이 잠자고 있는데 빌려서 전시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장기 대여를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해서일까.

아무튼, 박물관 전시실은 조잡한 복제품이거나 생기 잃은 모형물 천지다. 소달구지, 대장간·주막 풍경, 공간만 차지하는 덩치 큰 가마들. 누구든 한 번 보면 질린다. 그러나 천안박물관은 2년 가까이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운영자문위원회를 열지 않는 등 눈과 귀를 막고 있다. 29일 박물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가 있다. 시의원들의 관심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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