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皮)들의 향연
피(皮)들의 향연
  • 박재준 <신용보증기금 충청영업본부장>
  • 승인 2011.11.23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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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창조적 사고와 가치의 융합 - 새로운 패로 승부하다’

우리나라 성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보았을 법한 ‘화투놀이’ 중 ‘고스톱’ 놀이가 있다.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혹은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쉽게 꺼내드는 이 작은 놀이패는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적잖은 눈치싸움과 전체 판을 읽어내는 뛰어난 지략이 필요한 고도의 두뇌게임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단순히 돈 몇 푼 오가는 오락의 의미를 벗어나, 사회, 경제 전반의 흐름과 인간 관계를 설명하는 몇 가지 중요한 원칙과 논리를 발견하기도 한다.

우리 경제 전체를 하나의 게임판으로 비교할 때, 필자가 오랜 기간 몸담고 있는 ‘신용보증기금’은 일종의 유용한 ‘패’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 중소기업에 자금융통을 원활히 해 줌으로써, 중소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우리 경제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숨은 파수꾼 역할을 해 온 ‘신용보증기금’은 급변하는 세계경제 속에서 우리 기업들의 가치와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대표기업을 만들어 내기 위해 당찬 지략을 구사하고 있는 중이다.

하나의 중소기업에 1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그 기업이 무사히 생존하기를 기대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이제는 그 기업이 가진 내재적 가치와 미래성장성을 미리 파악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서 다각적인 가치를 창출해 내도록 서포트하는 방향으로 보증정책이 바뀌어 가고 있다.

일례로 필자가 담당했던 보증기업 A는 대표자의 오랜 경험과 지식으로 다양한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창업 초기 자금난과 판로확보, 생산시설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단순히 수치상으로만 보면 후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간 쏟아온 대표자의 노력과 열정은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신보가 작년에 첫선을 보인 기업의 ‘미래성장성’과 ‘미래기업가치’ 평가시스템은 보증기업 A에 대한 적극적이고 과감한 지원이 가능하게 됐고, 이후 보증기업 A는 최근 우리 경제 활성화의 필요조건으로 부각되고 있는 ‘고용확대’, ‘수출증가’, ‘녹색성장’의 다양한 결과물을 스스로 도출하며 우리나라 경제에 당당히 기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 신보가 던진 하나의 결정적 ‘패’가 여러 가지 피(皮)들을 스스로 끌어들여 궁극적으로 국가 경제 발전이라는 가치를 극대화 시킨 것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라는 거대한 게임판은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치가 출현함으로써 이에 대한 발빠른 대처 수단으로 창조적 사고를 통한 ‘융합’과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 우리 경제의 발전을 주도했던 노동집약적 산업은 어느새 후발 개도국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무서운 속도로 진화하는 전자통신과 서비스, 다양한 채널의 유통망 등은 우리의 삶의 방식을 다채롭게 변화시켜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게는 개인이, 크게는 우리 경제 전체가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융합’을 통한 시너지의 극대화와 가치의 혁신을 꼽고 싶다.

70~80년대 서구에서 흘러들어온 POP은 젊음과 자유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고, 우리는 그들의 문화를 즐기며 동경해 왔다. 그러나 지금 한국적 정서를 담아 새롭게 태어난 K-POP은 ‘융합’을 통한 문화적 가치의 재창조이며, 우리 시장 스스로가 만들어 낸 새로운 ‘패’라 할 것이다.

게임은 계속 변화한다. 게임에 참여하는 상대가 다르고, 그들과 함께하는 상호작용의 과정이 다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간혹 예상치 못한 실수와 행운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처음 우리에게 주어진 단순한 조건을 넘어서 새로운 가치의 융합과 창조를 통해, 우리 모두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지 않는다면 놀이가 아니라 화를 자초하게 되어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놀이판은 반목과 대립으로 치달으면서 판 자체가 깨질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쉽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세계 경제의 진통 속에서, 우리가 만들어 낼 새로운 ‘패’가 더 많은 효과와 가치를 창조해 냄으로써, 우리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의 조속한 회복과 눈부신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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