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임式' 동호회에 혈세 10억 펑펑
'계모임式' 동호회에 혈세 10억 펑펑
  • 한인섭 기자
  • 승인 2011.11.20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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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프로그램 소수 독점 '고질병'
<집중취재-주민자치위원회 관료화되나>

'회칙' 만들어 신입 차단… 다툼 끝 시설 나눠쓰기도

감독기관, 민원·표 의식 침묵… "설립 취지 살려야"

청주시가 동주민센터 프로그램에 쓰는 예산은 연간 10억원에 달한다. 프로그램 강사비가 8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나머지 예산은 관련행사 등에 쓰인다.

그러나 주민센터 프로그램 운영 실상을 들여다보면 과연 혈세 10억원을 매년 쏟아 부어야 하는지 누구든 의문을 가질만 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극소수 주민들이 향유하는 여가·복지 프로그램으로 전락했으나 아무도 손을 대지 않는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은 주민센터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통상 탁구·서예·노래교실, 고전무용, 에어로빅, 댄스 스포츠 등이 운영된다. 생활영어, 헬스, 제과교실, 생활요리, 포크아트 등을 운영하기도 한다.

주민센터마다 5~10개 안팎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대부분 15명~30명 안팎, 많게는 60~70명이 참여한다. 중년 이상, 노년층 여성들이 주류를 이루는 게 보편적이다.

그러나 일정 기간 참여한 후 신규 회원에게 자리를 내주는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아 3~4년 이상 장기간 '똬리'를 트는 게 일반적이다.

몇몇 회원들만 참여하다 보니 '계모임'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동호회'와 같은 모임을 조직해 신규 진입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예 회칙까지 만들어 회장과 총무 등 임원을 둔 경우도 한둘이 아니다. 이러다 보니 프로그램 참여를 희망하는 주민들의 접근이 쉽지 않다. 신규 회원이 활동하려면 기존 회원들의 '심사' 아닌 심사를 받기도 한다.

설사 참여하더라도 기존 회원들의 '벽'을 넘지 못해 '왕따'가 되기 십상이다.

일부 지역은 신·구 회원 간 다툼을 벌이거나 시설을 나눠 쓰기도 한다. 일부 지역 탁구교실은 신입회원들이 테이블 2개, 기존회원이 나머지 1개를 나눠 쓰는 볼썽사나운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게 현주소이다. 게다가 주말·휴일까지 시설 사용을 고집해 주민센터 직원들과 갈등을 빚곤 한다.

회원 순환이 가능한 경우는 제과·제빵 등 일부 주민센터가 운영하는 몇몇 인기 프로그램 정도에 불과하다.

프로그램 활성화가 주민센터 실적으로 간주돼, 이 같은 구조를 더욱 고착화한다. 회원이 순환될 경우 신규 프로그램 운영과 회원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행정편의주의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의 파행적 운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여러 차례 지적됐다.

'주민자치센터 운영조례' 개정을 추진 중인 청주시의회 희망의원 모임은 지난달 발표한 '주민자치활성화 방안' 자료를 통해 "본래 취지를 벗어나 소수가 독점하는 현상, 마을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 저조, 인접동과의 프로그램 중복과 민원발생 등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문화여가 프로그램이 대부분을 차지해 본래 목적성을 상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열린 '청주시 새로운 시민편의시책 발굴 보고회'에서도 같은 내용이 지적됐다.

청주시 주민센터프로그램 담당자 B씨는 당시 "10여년이 지났으나 운영행태는 주민욕구를 충족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설립 취지와 시대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회원 세력화와 신규 회원 참여 어려움 △전문강사의 상업수단 활용(1명이 여러 곳 담당) △강사료 과다지출(8억원) △프로그램 중복 운영 등이 대표적 문제라고 꼽았다.

이와 함께 여가·취미 프로그램 대부분이어서 민간영역(사설학원)을 침범한다는 지적도 마찬가지이다. 청주시 운영 평생교육원 프로그램과의 중복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는 민선4기였던 2008년 초에도 불거져 실태 점검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자치단체장이나 시의원, 동사무소, 운영 주체라 자처하는 주민자치위원회까지 '메스'를 대지 못하고 있다. '표와 민원'을 의식한 '보신주의' 탓이다.

동 주민센터 직원 A씨는 "고정 멤버들이 아예 회칙까지 만들어 신입회원 은 아예 생각도 않는 사례를 경험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며 "월 30만원 안팎의 강사료까지 지불하며 소수에게만 혜택을 부여해야 할지 심각한 고민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주민센터 주변에는 유모차나, 자전거를 이용해 종이박스를 줍고, 구역다툼까지 벌이는 일을 흔히 볼 수 있지 않냐"며 "시간과 경제적 여유를 지닌 이들에게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할지 점검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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