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비극 아우슈비츠를 다녀와서
인류의 비극 아우슈비츠를 다녀와서
  • 김명철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 승인 2011.11.15 1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고
인천공항에서 12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체코 프라하, 다시 버스로 7시간여를 또 달려서 폴란드 국경을 넘어 오시비엥침이라는 평화롭기만 한 시골 마을에 도착했다. 지도에도 잘 나타나지 않는 작은 시골 마을 오시비엥침은 바로 150만명의 선량한 생명이 연기처럼 사라진 악랄한 수용소 아우슈비츠의 폴란드 말이고, 아우슈비츠는 독일식으로 창씨개명된 이름이라고 한다. 입구 ‘Arbeit Macht Frei(일하면 자유로워 진다)’는 글귀를 보면서 벌써 이유도 없이 죽어간 가엾은 유대인과 생명이 생각나 수용소 안에 들어가기도 전에 눈물이 핑 돌았다.

폴란드 남부 크라카우 서쪽 61km 지점에 위치한 아우슈비츠는 1947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유대인의 노력으로 박물관으로 됐고, 1979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고 한다.

약 3만여 명이 수용되었던 제1수용소와 50만명이 수용되었던 제2수용소, 그리고 전체 수용자 가운데 노동력을 착취할 수 있는 25%의 수용자를 이용해 군수 물자를 생산하여 강제 노동을 시키던 제3수용소 등 3개 수용소가 있었으나, 현재 가장 먼저 만들어진 제1수용소를 기념관으로 만들어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나는 아우슈비츠 박물관을 돌아보면서 ‘분노’, ‘슬픔’, ‘안타까움’, ‘비통’, ‘아픔’ 등 인간의 마음에 담을 수 있는 모든 부정적인 마음들이 다 들었다. 수십여 개의 건물들 가운데 공개된 몇 곳을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돌아보면서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특히, 발걸음을 멈추게 한 곳은 교실 2개 정도의 공간 가득 채워진 여성의 머리카락으로 채워진 방이었다. 수용소에 들어오는 모든 여성의 머리카락을 잘라서 옷과 침대 메트리스 등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발가벗겨진 채로 가스실로 들어가는 여성들과 성기가 모두 잘려진 10살쯤 되어 보이는 4명의 남자아이들의 사진과 쌍둥이 생체 실험실 앞에서는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가이드의 설명은 우리 모두를 울게 만들었다. “선생님들 마루타 아시죠?” “민족시인 윤동주님을 비롯한 수많은 우리들의 조상들도 일제에 의해 저처럼 생체 실험용으로 죽어 갔습니다.”

150만명의 희생자 가운데 어린이가 23만명, 그들이 신었던 앙증맞은 신발과 옷가지들 앞에서 나는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 다시는 이 땅에 이러한 무서운 전쟁과 사악한 사상으로 이러한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게 하옵소서.”

일제 치하 우리의 역사적 사실들이 떠올라 가슴이 멍멍하고 자꾸만 눈물이 나서 억지로 창밖으로 외면하는 나를 발견하였다. 당시로는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가스실과 시체 화장장 시설을 보면서 인간의 잔인성과 악독함의 끝을 보는 듯했다.

“독일 사람은 여기 절대 안 오죠?”라는 누군가의 질문에 가이드의 대답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독일 교육부에서 모든 학교의 수학여행 코스로 이곳을 정해 한 번씩은 반드시 다녀가도록 방침을 정해서 매년 독일의 학생들이 수만명씩 다녀간다고 했다. 자신들의 선조가 행했던 잘못된 역사의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다시는 그런 나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노력과 참회의 눈물이 독일 정부와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던진 한마디 “일본인 관광객은 거의 없습니다.” 내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돌아보며 마음속 내내 아파했던 부분을 가이드가 한마디로 정리하고 있었다. 일본은 아직도 제국주의적 침략 전쟁과 대외 팽창 정책의 잘못된 역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독도를 자신의 영토로 억지 주장을 부리고, 정신대 문제, 징용 문제와 역사 교과서 왜곡 등 정부가 오히려 그들 조상의 죄악상을 덮어주고, 미화하고 있음을 보면서, 우리는 과연 역사 교육을 제대로 시키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했다.

인류의 비극, 왜곡되고 편향된 이념이 만든 무서운 현실, 인간의 악독함과 잔인성을 볼 수 있었던 아우슈비츠는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