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07>
궁보무사 <107>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1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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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님께서 여자에 의해 화(火)를 당할 꿈이옵니다."
25. 오근장의 최후

"으음. 알았다. 그 정도쯤이야 내가 못 할 것도 없지."

오근장은 자기 두 쪽마저도 죽지유 안에 푹 집어넣고는 딸랑 소리가 들려나올 정도로 힘차고 세차게 흔들어댔다.

한편, 창리는 오근장 성주가 꾸었다는 이상스러운 꿈을 해몽해 보기 위해 팔결성 내에서 도인(道人)이라 널리 알려진 월오 노인을 찾아갔다.

실제 나이가 어떤지는 모르지만 일백세도 넘었다는 소문이 자자한 백발노인 월오는 본디 한벌성 내에서 조상 대대로 살아오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의 점괘가 워낙 신통하게 잘 들어맞다 보니 자연히 이를 시기하는 동료 업자들이 생겨나게 되었고, 월오는 그들과 사소한 다툼을 벌인 끝에 화가 나서 반쯤 때려죽여 놓고는 식솔들을 모두 데리고 팔결성 안으로 들어와 40여 년째 살아오고 있었다.

그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너무 많이 아는 척 하는 것이 오히려 득(得)이 아닌 해(害)가 되어진다는 것을 몸소 뼈저리게 느꼈기에 팔결성에 들어와서는 아무리 많은 재물을 갖다준다고해도 남을 위해 함부로 점 따위를 쳐준다거나 인생 상담을 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이 꾼 꿈에 대해서만큼은 설사 그것이 길몽(吉夢)이 아닌 흉몽(凶夢)이라 할지라도 직접 꿈을 꾸었던 당사자 자신의 책임이라 돌릴 수 있기에 마음놓고 꿈 풀이를 해줘가며 근근이 생활비를 벌어서 지내고 있는 터였다.

"으음음……."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 아래 가부좌(跏趺坐)를 틀고 앉아 창리로부터 성주의 꿈 얘기를 모두 듣고 난 월오 노인은 뭔가 심히 못마땅한 듯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어댔다. 그리고는 천천히 창리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월오노인은 이렇게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제게 들려주신 그 꿈 얘기가 모두 사실인지요"

"그렇사옵니다."

"허어! 이런. 이런. 이를 어쩐다."

갑자기 월오 노인은 크게 낙담을 하며 한숨을 길게 몰아내 쉬었다.

"왜 그러십니까 혹시 흉몽(凶夢)이라도."

"당연히 흉몽중의 흉몽이지요. 제가 간단하게 그 꿈 풀이를 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차가운 얼음이 사람 가는 길을 막았다가 절반으로 딱 쪼개졌다고 하셨는데, 이것은 여자가 남자 가는 길을 함부로 방해한다는 뜻이옵니다."

"어, 어떻게 그런 해석이"

"생각해 보십시오. 가운데가 쪼개지든 벌어지든 이것은 수컷이 아닌 암컷만이 가능한 일 아니겠습니까"

"그, 그리고……."

"성주님께서 자기 두 주먹으로 두 젖가슴을 북치듯이 힘차게 탕탕 두들기셨다는데 이게 심히 걱정이옵니다."

"어, 어째서"

"사람을 뜻하는 글자, 사람인(人)에서 두 젖가슴을 주먹으로 동시에 탕탕 쳐댔다니 이것은 곧 불을 뜻하는 화(火)가 되어지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자칫하다간 우리 성주님께서 여자에 의해 화(火)를 크게 입고 가슴을 치게 되는 일이 벌어질는지 모른다는 말씀입지요."

"어허! 이런……. 가, 가만……. 그런데, 조금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어떻게 차가운 얼음덩어리가 뜨거운 불로 되어질 수 있다는 겁니까"

창리가 놀란 목소리로 황급히 다시 물었다.

"본디 완전히 다른 극(極)과 극(極)은 서로 끼리끼리 통하는 법이옵니다. 그런데 차가운 얼음덩어리가 대나무(竹) 쪼개지듯이 완전히 둘로 쪼개졌다니 여기서 나오는 것은 뜨거운 불 밖에 더 있겠습니까"

"으흠흠……. 그러니까 여자가 성주님께서 가시는 길을 막아 방해를 하고, 쪼개지는 대나무처럼 화(火)를 크게 당하시게 된다. 어, 어라. 그, 그렇다면……. 가 가만있자!"

갑자기 창리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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