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속의 날씨 <23>
신화속의 날씨 <23>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16 0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죄악에 대한 神의 심판
   
최근 동남아에서 '쓰나미'로 수십 만 명이 희생당하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지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쓰나미는 해안(津)을 뜻하는 일본어 쓰(tsu)와 파도 (波)의 나미(nami)가 합쳐진 말로서 '지진해일'로 번역된다. 산더미 같은 파도가 해안을 덮치는 지진해일은 보통 해저에서 지진이 발생하거나 화산이 폭발할 때 거대한 지각이 함몰되면서 발생한다. 동남아의 쓰나미 이후 우리에게도 낯 익은 단어가 되었지만, 해일 피해가 잦은 일본에서는 문학작품에 표현될 정도로 일상화되어 있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지구의 뜨거운 맨틀 내에 지구의 회전에 의한 원형흐름이 있는데, 이 흐름은 한쪽에서는 판(板)을 끌어당기고 다른 곳에서는 밀어버린다. 뜨거운 물질이 올라오거나 찬 물질이 구겨지고 내려가는 곳에서의 암석과 암석에 대한 운동을 지진이라고 부른다. 지구상 대부분의 지진은 이와 같이 판과 판의 경계에서 일어난다. 지질학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유라시아판 동쪽 끝에 위치한 필리핀 판과 태평양판으로부터 1천Km 떨어져 있어 일본이나 대만 등에 비해 지진이 발생하는 빈도가 낮고 크기도 작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사를 살펴보면 1900년까지 1800건 이상의 지진 기록이 있다. 진도 8이상의 강한 지진도 수십회 있었고, 100명 이상의 인명피해를 낸 적도 있었다. 지진의 절대 안전지대는 아닌 셈이다.

세계 각 국의 지진 신화에는 코끼리나 개구리, 메기와 같은 커다란 동물들이 지진을 일으킨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유대인 신화에서는 여호와의 진노로 인해 지진이 발생한다고 한다.

모세가 이집트에서 유대인을 이끌고 나온 지 38년이 지났을 때이다. 모세는 정치적 지도자로, 그의 형인 아론은 종교적 지도자인 제사장으로 형제가 유대인을 이끌고 있었다. 그러나 오랜 광야생활로 이스라엘 민족은 지쳐있었다. 신앙이 약해졌으며, 기강도 해이해졌다. 이런 틈을 타 '고라'를 중심으로 한 귀족들이 모세에게 반기를 들었다.

"왜 너희 집안끼리 다 해먹는 것이냐, 우리도 유대인이며 제사장들이니 권력을 나누어 가져야 한다!"

고라는 종교적 책임과 특권을 가지고 있던 종교적 지도자였다. '마음이 어질지 못한 사람은 궁한 생활을 오래 견디지 못하며, 안락한 생활도 오래 계속하지 못한다'는 공자(孔子)의 말처럼 고라는 자기에게 맡겨진 일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모세의 가족에게만 신정국가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는 대제사장의 특권이 세습되는 것에 시기심이 일었다. 이에 '고라'는 250명의 족장들을 선동하여 모세를 격렬하게 비난했다.

"내가 이 일을 하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여호와가 시켜서 하는 것이다. 만일 이들의 반역이 여호와의 뜻이 아니라면 땅이 갈라져 이 사람들을 산채로 삼킬 것이다."

모세의 말이 끝나자마자 땅이 갈라져 고라와 그에게 동조했던 사람들을 삼켜버리고, 족장 250명은 불로 태워버렸다. 중동 지역은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아라비아 판과 아프리카 판이 부딪히는 곳에 위치하여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질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유대인들은 여호와를 배반하는 사람들을 심판하는 것으로 지진을 기록했을 것이다.

여호와의 지진 심판은 창세기의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 사건에도 나온다. 사람들이 패역하고 악하며 잔인한데다 동성애가 판을 치자, 여호와는 한 가족만 선택하여 소돔과 고모라에서 탈출하게 하고 악한 자 모두를 지진으로 심판했다. 성경에는 땅이 흔들리고 하늘에서 불과 유황 비가 내려 도시를 멸망시켰다고 기록되어 있다. 소돔과 고모라는 지금의 사해(死海) 지역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지역은 역청(瀝靑)이 풍부한 지역으로 지진이 일어나 땅위의 물질이 불에 타고 천연가스와 유황이 타면서 성경에서 비유처럼 불과 유황 비가 내리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절대 신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의심하는 사람들에 대한 징계 수단으로 여호와가 지진을 일으킨다고 하는 유대인들의 신화는 기독교에 접목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믿음으로 전해져 왔다. 지진이 죄 있는 사람들에게 여호와가 내리는 천벌이라는 믿음은 1692년 자마이카의 포트로열 참사 이후 확고하게 굳어져 버렸다. 포트로열은 신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영국 식민지로서 서인도 제도에서 세력을 떨치던 해적의 근거지였다. 럼주와 노예매매의 중심지로 악이 횡행하던 도시였다. 이 도시의 목사였던 히드는 "가장 부도덕하고 타락한 인간들에게 신앙심을 불어넣기 위해 여호와께서 심판의 불을 보낼 것이다"라는 설교를 했는데 바로 그 날 지진이 발생하면서 시가지의 3분의 2가 바닷속으로 들어가 버렸고, 뒤이어 닥친 해일이 남은 시가지를 휩쓸어 도시 인구의 전체에 해당하는 2000명이 죽고 말았다.

지진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유대인이나 기독교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여호와의 심판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고라, 소돔과 고모라, 포트로열의 멸망과 몰락에서 보듯이 절대자의 권위에 대한 반역과 불평, 악행과 폭행, 동성애, 인신매매 등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악한 자들에게 여호와가 지진으로 심판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