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 30년… 나무에 새긴 시대의 얼굴
판화 30년… 나무에 새긴 시대의 얼굴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1.11.0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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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민예총, 15일부터 이철수 초대전 '새는 온몸으로 난다'
나무에 마음을 새기듯 30년 목판화 길을 걸어온 이철수 작가가 '새는 온몸으로 난다'로 청주전시회를 갖는다.

15년 만에 열리는 이번 청주 전시는 충북민예총 기획초대展으로 오는 15일부터 22일까지 청주예술의전당 대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충북제천에 뿌리를 두고 작업에 전념해 온 작가는 한국의 사계와 인간의 노동, 사람 사는 이야기와 시대의 변화를 작품으로 형상화해 다양한 목판화의 세계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작품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목판화가로, 시대정신과 삶을 나무에 새겨온 농부작가 이철수씨(사진)의 초창기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110여 점을 선보인다.

"묵은 판화 중에 일부를 가려서 제 30년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전시하겠다"는 이 작가는 "청년들에게는 30년 전이 기억 밖의 일이겠다 싶어서, 제 아이들에게 '우리 이렇게 살았다'라고 이야기하는 심정으로 준비했다"고 말한다.

작품소재도 대부분 일상에 초점을 두고 있다. 최근작 가운데 밭일하는 사람을 그린 판화는 밭고랑을 지문 형태로 표현해 '손이 문드러지도록' 일한 사람들의 노동의 숭고함을 흥미롭고 묵직하게 담아냈다는 평이다

30주년 기념전의 대표 화제(畵題)작 '새는 온몸으로 난다' 역시 웅혼한 기상과 더불어 작가정신을 엿볼 수 있다.

이주헌 미술평론가는 "본질을 드러낸 그의 그림은 이야기 중의 이야기다. 그는 삶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고, 거기에 글을 더해 큰 울림을 자아낸다. 나아가 우리의 삶 자체가 유장한 이야기임을 깨닫게 한다"고 평했다.

'판화로 시를 쓴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철수 작가는 촌철살인과 같은 글귀와 서정적인 글로 목판화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1980년대는 폭압적 사회에 저항의 언어와 서정적이면서도 격렬한 선묘로 작업을 해 왔으며, 한국의 강을 살리기 위해 4대강 반대운동을 작품으로 표현해 환경의 중요성을 보여 주었다.

이 작가는 "판화가 제 일상의 고백이자 반성문"이라며 "사는 게 그림 그리는 일만은 아니어서, 틈틈이 농사일도 하고, 사람도 보고, 세상 일 이것저것 참견도 하며 살았다. 그리고 그 일 속에서 내내, 그것 모두 내 화두고 내 공부거리거니 생각했다"고 적고 있다.

이처럼 시대를 반영한 작품들은 한 작가의 신념을 뛰어넘어 살아 있는 예술로, 예술가의 진정성을 각인하는 또 다른 작업이다.

그래서 이번 '새는 온몸으로 난다' 전시는 이철수 작가의 작품 인생 30년을 되짚어 보는 의미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전시 개막은 15일 오후 5시, 작가와의 대화는 19일 오후 3시 청주예술의 전당 대전시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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