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산업...결국은 가야할 길
태양광 산업...결국은 가야할 길
  • 남경훈 <편집부국장>
  • 승인 2011.11.0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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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대표적인 신성장 동력으로 손꼽혔던 태양광 산업이 불과 몇 개월 만에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유럽발 재정 위기로 글로벌 경제 상황이 불투명해지면서 태양광 산업의 기반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태양광 산업 투자를 공언하던 국내 대기업들 역시 조금씩 발을 빼는 분위기다.

‘생명과 태양의 땅’을 민선 5기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충북도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바이오분야는 그런대로 간다고 하지만 당장 태양광 분야는 큰 벽에 부딛치고 말았다. 충북은 증평과 음성 등 도내 중부권을 중심으로 태양광산업의 메카를 만들기 위해 무척 공을 많이 들였다. 이런 결과, 최근 몇 년 사이 이곳에는 국내 굴지의 태양광 셀과 모듈 생산기업들이 밀집, 국내 시장의 60%를 점할 정도로 특화됐다. 정부도 이곳을 특구로 지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올해 유럽발 재정 위기와 글로벌 과잉 공급 우려가 겹치면서 태양광 산업 제품의 가격이 폭락하는 추세다. 태양광 완제품에 해당하는 모듈 가격은 올 초 와트(W)당 1.80달러에서 1.14달러(9월 기준)까지 떨어졌다. 태양전지 가격 역시 연초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도 연초 ㎏당 71달러였으나 최근에는 39달러대로 하락했다.

가격 폭락 여파는 글로벌 업체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극찬을 받았던 미국 내 3위 태양광 모듈 회사 솔린드라가 지난달 파산했고, 8월에는 미국의 태양전지 회사 에버그린솔라와 스펙트라와트가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가격 폭락의 주원인은 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의 수요가 회복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재정 위기를 맞아 태양광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고 있는 상태다. 미국 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 역시 악재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과 STX LG화학은 투자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 1위 태양광업체인 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애리조나 태양광 발전소 건설사업을 사실상 접었고, 음성공장 증설 계획도 연기했다.

도내 중소업체들도 가동률이 50% 이하로 급락해 버렸고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고 아우성들이다.

이런 이유는 태양광 산업 자체가 투자액은 높은 데 반해 당장의 수익은 내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전기요금에 비해 태양광 발전단가가 비싸다. 전 세계 태양광발전소 대부분이 정부보조금에 대한 의존율이 높아 정부정책에 따라 사업전망이 요동친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태양광 산업에 대한 투자를 멈출 수도 없다. 화석연료의 한계와 위험성은 이미 예고된 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기업들에게는 친환경 이미지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인 사업분야다. 그중 현재 가장 빨리 상용화할 수 있는 대체에너지원은 태양광이다.

이런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이 정부의 태양광산업에 대한 육성의지다. 정부가 위기상황에서 정부보조금 등 지원금을 늘려 태양광발전 시설 등을 보다 확대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또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대기업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제도(RPS)를 의무적용하는 등 제도적인 전략 마련도 필요하다.

태양광 산업의 불황이 깊어지고 있지만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결국은 ‘가야할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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