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아닌 FTA에 빠진 나쁜 정치인
국민이 아닌 FTA에 빠진 나쁜 정치인
  • 정태일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1.11.01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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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지금 정국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국민들은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 과연 국가와 국민이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국민들은 기대했다. 지난 재보선은 기성 정당에게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주었기 때문에 최소한 민심을 수용하기 위하여 기성 정당이 움직이지 않겠나 하면서, 국민들은 어떤 정당이 국민의 뜻을 더 관철하기 위하여 노력하는지를 지켜보고자 하였다.

하지만 기성 정당은 국민을 위한 정책논쟁이 아닌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두고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두고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다. 혹자는 한국이 살길은 한미자유무역협정에 있다 하고, 혹자는 한미자유무역협정은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긴 을사늑약보다 더 독한 것이라 한다.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우리는 논란이 제기된 이상 냉철하게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재검토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주장하는 것이 사실인지, 아니면 야당과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것이 사실인지, 국회의 비준에 앞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따져 보아야 한다. 시중(市中)에서 떠도는 한미자유무역협정의 독소조항은 12가지라고 하는데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을 보자.

‘래칫조항’은 한번 개방된 수준은 어떠한 경우에도 되돌릴 수 없게 하는 것인데, 광우병 쇠고기 수입으로 인간 광우병이 발생해도 쇠고기 수입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적재산권 직접 규제 조항’은 미국의 특허권자가 우리 국민이나 기업에 대하여 지적 단속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게 되어 한국에서 대부분을 의약품이 차지하는 복제약 사용이 불가능하게 되면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의료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투자자-국가제소권(ISD)’은 한국에 투자한 미국 자본이나 기업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민간기구에 제소할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초국가적 투기자본이나 기업이 자신의 이윤확대를 위하여 상대 국가의 법과 제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 제도는 미국 자본이나 기업이 제3자인 국제기구를 통해 판결을 받게 되어 한국의 주권을 훼손시킬 수 있다. 이외에도 ‘미래의 최혜국 대우조항’, ‘공기업 완전 민영화와 외국인 소유 지분 제한 철폐’ 등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둘러싼 논란은 국회에서의 비준 여부를 떠나 쉽게 수그러질 것 같지 않다. 왜냐하면 한미자유무역협정은 정당들에게 자신들이 국민들의 편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두고 여야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 과거 여당이었던 민주당 의원들은 2007년에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주도했지만 지금은 반대의 입장에 있다. 그 당시 여당 의원들은 ‘한미자유무역협정은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크고 선택의 문제가 아닌 국가 생존전략’이라고 하였다. 반대로 과거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 당시에 반대했지만 지금은 찬성하고 있다. 과거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국의 사법주권 전체를 미국에 바친 것이다. 이런 협상은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우리는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둘러싼 정치인들의 변신을 보면서 과연 이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 국민들은 여당이냐, 야당이냐에 따라 입장이 바뀌는 정치인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온몸을 던지는 참정치인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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