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연초제조창의 변신을 기대한다
옛 연초제조창의 변신을 기대한다
  •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 승인 2011.10.3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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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예도시 청주를 세계에 알리는 축제 2011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지난달 30일 대장정을 끝냈다. 청주예술의 전당 일원에서 일회성 부스로 열렸던 기존의 행사와는 달리 공간을 확보해 처음으로 열린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였다.

전시공간을 옛 연초제조창으로 옮기면서 비엔날레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반되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건물이었던 옛 연초제조창이 과연 전시장으로 적합한가가 첫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담배공장이었던 건물은 먼지와 담뱃진에 찌든 상태였고,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시공간으로 탈바꿈에 반신반의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조직위 측은 좀처럼 표도 나지 않는 건물을 목욕시킬 정도로 때를 빼고 광을 냈다. 행사 막바지까지 건물에 집중할 만큼 공을 들여야 했다.

그렇게 몇 달간 준비 끝에 개봉한 옛 연초제조창은 우려를 잠식시키고 기대 이상의 효과를 안겨 주었다. 공장이 예술공장으로 거듭났고, 건물이 주는 방대함은 비엔날레 작품이 채 공개되기도 전에 가장 큰 성과물로 평가받을 만큼 위력을 발휘했다.

실제 비엔날레 40일 동안 가장 많이 회자된 것도 작품이 아니라 외형인 건물이었다. 국내외 인사들이 모두 부러워할 정도로 공간이 주는 놀라움은 성공(?)적이었다. ‘틀이 내용을 삼켰다’는 어느 작가의 표현대로 하드웨어에 치우친 관심도는 내용적 측면을 약화시킨 면도 있지만, 이 역시 ‘유용지물’에 부합하며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되는 효과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비엔날레가 끝난 이 시점에서 가장 큰 성과로 옛 연초제조창을 꼽는 데 누구도 주저함이 없다. 그만큼 도심 속 흉물로 변해가던 건축물이 예술공간으로 변신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골칫덩이에서 문화자산으로 급부상하며 주목받고 있는 옛 연초제조창은 분명 비엔날레의 성과물이다. 하지만 잔치는 끝났다. 40일간 축제의 장이었던 담배공장은 다시 텅빈 공간으로 환원돼야 할 시간이다. 행사를 위해 투입되었던 예산도 없다. 이제 원점에서 건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생각할 때다.

옛 연초제조창 건물은 누구도 섣불리 덤비지 못할 정도로 부담스러운 규모다. 내부가 워낙 크다 보니 운영비 역시 감당키 어렵다. 건물에 들어가는 최소비용만도 연 15억원 이상이 소요되리라는 계산이고 보면 ‘줘도 겁난다’는 말이 그냥하는 말이 아니다. 개인 차원이 아니라 시나 도 차원에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되는 이유다.

행사가 끝나자 한범덕 청주시장은 옛 청주연초제조창 활용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한 시장은 모든 인맥을 동원해 국립현대미술관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만큼 청주의 도심 유휴공간에 대한 문화자원화에 노력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각계에선 건물 활용에 대해 벌써부터 이런저런 요구가 있다고 한다. 물론 요구를 받아들이기에 앞서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각계의 활용안이 다각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요구에 앞서 공간에 대한 분석과 운영 계획,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시나 단체나 우선 활용하고 보자는 식의 욕심만 앞세워 공간을 점유할 경우 유휴공간 활용은 실패할 수 있다. 시의 예산만으로 운영이 어려운 만큼 국고지원사업과 같은 큰 틀에서 논의해야 마땅하다. 충북의 문화자산으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담배공장의 거듭된 변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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