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40>
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40>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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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덕

활활 타올라라! 20대의 열정처럼…

화덕은 '숯불을 피워 놓고 쓰게 만든 큰화로, 밖에서 솥을 걸고 쓰도록 쇠붙이나 흙으로 아궁이 처럼 간단히 만든 물건'이라고 국어 사전에 쓰여 있다.

여름에 부엌 아궁이에 불을 때면 온돌이 뜨거워져 방이 덥기 때문에 마당 한편에 솥을 걸 수 있도록 돌과 흙, 또는 시멘트로 아궁이를 만들고 굴뚝을 만들어 불을 때면 연기가 빠지도록 만든 '간이 아궁이'가 바로 화덕이다.

특히 1945년 일제치하에서 벗어나 광복을 맞아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고 자동차와 탱크등 군장비를 운용하기 위한 연료로 휘발유를 사용했는데 이때 휘발유를 담는 드럼통을 손재주 좋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간을 잘라 화덕을 만드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창출, '뎃방화덕'이라 이름붙여 많이 보급됐다. 농촌에서 많은 일꾼을 얻어 모를 심거나 벼를 베고 벼타작을 할때면 일꾼들을 먹일 밥이나 국을 끓여야 하는데 여러 개의 화덕이 필요했다.

또한 가족끼리, 친구들끼리 들로 나가 봄놀이를 즐길 때도 화덕과 솥을 가지고 가면 현장에서 밥도 지을 수 있고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도 끓여 먹을 수 있었으니 당시에는 화덕이 얼마나 편리한 도구였던가. 이동식 화덕이 만들어지면서 가장 요긴하게 쓰인 것은 큰 일을 치르는 잔칫집이나 초상집에서 화덕에 솥뚜껑을 뒤집어 얹어 전을 부치고 두부를 굽고 하는 지짐질 요리를 하는데 편리하게 사용됐다.

더 크게 사용된 것은 초상이 나서 산역을 할때 먼곳까지 음식을 운반할 수 없으므로 화덕과 솥을 가지고 가서 현장에서 밥을 짓고 국을 끓여 조문객과 산역 일꾼들을 먹이는데도 안성맞춤으로 쓰였다. 나무나 숯으로만 사용하던 연료가 석유와 가스, 전기로 바뀌면서 화덕의 위대함도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요즘 가정에서는 전기밥솥에다 프로판가스로 사용하는 가스레인지, 또는 압력밥솥에 밥을 지어 먹고, 옛날 야외에서 화덕과 양은솥이 콤비를 이루던 시대는 가고 석유 또는 가스버너에다 부탄가스를 사용하는 부스터로 코펠에다 밥을 짓고 국 끓이고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더 고급화된 고압가스는 눈덮힌 높은 산에서도 밥을 지을수 있으니 오늘날 화덕의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모심고 보리베고 눈코뜰새 없이 바빴던 시절 남정네는 지게위에 화덕과 양은솥을 얹어 지고, 아낙네는 광주리에 반찬을 챙겨 이고 들로 나가 현장에서 밥짓고 국끓여 일꾼들에게 먹이던 품앗이 농사도 이제 먼 옛이야기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 농촌은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난 농촌은 아기들 울음소리가 끊기고 노인들만 남아 농사를 지으며 휴대전화 한통화로 농장까지 자장면이며 해장국이 배달되는 오늘의 우리들 생활은 도시나 농촌 할것 없이 화덕으로 밥짓던 시절은 까마득한 예날이 되어버고 말았다.

화덕위에 솥뚜껑을 뒤집어 얹고 진달래 꽃잎을 따서 찹쌀반죽에 얹어 전을 부쳐 먹던 화전놀이,새봄맞이를 축복했던 아름다운 추억이여, 그날이 다시 올수는 없는 것 일까.

   
▲ 여름엔 마당에서 밥짓던 이동식 화덕은 잔칫집이나 초상집 산역일에 사용돼 밥짓고 국끓이는데 요긴하게 쓰여 농촌생활의 필수품으로 애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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