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 7 >
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 7 >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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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4대 명원 류위안과 주워정위안
너무나 세밀한 그래서 부담스런

▲1522년 왕헌신이 관직에서 추방된 후 지은 주워정위안은 4대 명원 중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 ⓒ 함영덕

각종 기념품 가게가 즐비한 상가를 지나 버스를 타고 류위안(留園.유원)으로 향했다. 버스로 10분 정도의 거리다. 류위안은 북경의 이화원, 승덕의 피서산장, 쑤저우의 주워정위안(拙政園.졸정원)과 함께 중국 4대 명원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오하명원(吳下名園)이란 정문 현판글씨가 나그네를 맞이한다. 명나라 만력(萬曆)20년(1593년)에 처음으로 건립되었다 한다. 명나라 관료 서태시(徐太時)의 개인 정원으로 당시에는 동원(東園)이라고 불렀으나 몇 번의 개축을 거쳐 청(?)대에 류위안으로 불리게 되었다 한다.

명대에 만든 회랑을 지나면 오밀조밀한 작은 정원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시원한 맞바람이 불어오는 정자에 앉아 푸른 연못 안에 유유자적 꼬리치는 비단잉어들을 바라본다. 탑 가에 늘어선 수양버들 너머로 물속에 떠있는 연못 위 작은 돌다리와 온몸을 펼쳐 햇살을 막는 푸른 등나무 넝쿨이 작열하는 더위를 식히고 있다. 폐부를 찌를 듯한 매미소리와 기이한 태호석을 정원 곳곳에 배치하여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정원은 중. 동. 서. 북의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동부는 건축물, 중부는 회랑, 북부는 전원풍경, 서부는 산수를 표현하여 각각의 영역마다 다른 취향의 풍경을 나타내고자 배려하였다. 동부의 건축물은 손님을 맞이하는 회의실과 접대실 탁자들, 2층 침실과 아래층은 차 마시고 공부하는 공간으로 배치하여 주인의 취향과 풍류를 엿볼 수 있다.

수양버들 가에 앉아 한가로이 노니는 잉어 떼를 바라보니 여정의 피로감이 눈 녹듯 사라진다. 거대한 태호석을 마주하면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기이하고 독특한 형상을 한 관운봉(冠雲峰)이 주변의 꽃과 수목, 연못들에 둘러 싸여 마치 왕처럼 위풍당당하게 군림하는 것 같다.

동산선죽이란 정자 우측으로 나무, 돌, 괴석, 대나무로 만든 정원이 나타난다. 작고 가는 대나무 숲과 대나무 방책으로 벽을 만들고 포도 넝쿨이 우거진 회랑을 따라 분재정원을 돌아 오르면 언덕위에 갖가지 돌로 둥글게 쌓아 올린 담사이로 담쟁이 넝쿨이 용(龍)등처럼 굽이쳐 흘러내리게 하여 역동감을 느끼게 한다.

소금강의 어느 귀퉁이를 옮겨놓은 것 같은 깎아지른 듯한 거대한 돌들이 나신(裸身)을 뽐내며 햇살을 만끽하고 있다. 인간세상의 사치와 풍류의 극치를 맛보는 것 같다. 그러나 류위안의 공간 배치가 너무 치밀하고 오밀조밀하여 내게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졌다.

건물의 직선과 곡선, 빛과 어둠, 높낮이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구도의 세밀함, 700m의 장랑(長廊)과 장랑벽면으로 다른 정원을 바라보게 만든 화창(花窓)을 통해 다가오는 다양한 정원들의 풍경이 인공미의 진수를 보는 것 같다.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자란 나의 성격 탓일지 모르지만 너무나 치밀하고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정원의 모습에서 시원하고 호방한 자연의 모습이 오히려 아쉬웠다.

류위안에서 카메라 건전지가 떨어져 택시를 타고 다시 선착장 짐 보관소로 갔다. 96년도 만리장성 앞에서 카메라 건전지가 떨어져 사진을 찍지 못할 뻔 한 경험이 있어 이번 답사에는 넉넉하게 준비하였다. 카메라 필림이나 건전지는 우리나라에서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값싸고 품질이 좋기 때문이다.

장단점은 있지만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하여 장거리 여행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편리하고 비용도 절약된다. 덕분에 점심시간을 놓치고 주워정위안(拙政園)으로 향했다.

▲명나라 만력 20년에 건립된 류위안은 동서남북 각각의 영역마다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 함영덕

주워정위안은 동북거리 178호에 위치하고 면적이 4ha에 해당하는 쑤저우 4대 명원 중에 최대의 규모다. 1522년 명대의 왕헌신(王獻臣)이 관직에서 추방되어 실의에 빠져 낙향하여 지었다 한다. 진대의 시 한 구절인 어리석은 자가 정치를 한다는 졸자지위정(拙者之爲政)이라는 시 구절에서 본 따 이름을 지었다 한다.

정문을 들어서자 확 트인 전경이 류위안하고는 정반대의 분위기로 다가 온다.

정원의 곳곳은 연못으로 되어있어 마치 넓은 평지위에 펼쳐진 연못 숲 같은 느낌을 준다. 넓은 평지 여기저기에 약간 높은 둔덕을 쌓고 정자를 만들었는데 그 모습이 시원하고 호방한 기품을 풍긴다.

부지의 60%가 연못인 주워정위안은 연못사이로 돌다리를 지그재그로 놓아 푸른 연꽃과 수양버들, 남방 식물들을 자연스레 배치하여 자연미를 최대한 살리려 한 느낌을 주었다.

정원은 동원(東園).중원(中園).서원(西園)과 주거 건물로 나뉘는데 그중에서 중원은 정원의 중심이며 원향당(遠香堂)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일품이다. 동부는 밝고 명쾌하게 확 트인 전경에 매미소리가 어찌나 시원스럽게 울어 제치는지 가슴속에 담아 있던 열기가 눈 녹듯 사라지는 것 같다.

소설 홍루몽(紅褸夢)의 배경인 대관원의 모델이라고도 전해지고 있다. 경관이 뛰어난 건축물로는 난설당(蘭雪堂), 철운봉(綴云峰), 천천정(天泉亭)등이 있는데, 이들 정자는 넉넉한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주워정위안의 정취를 중국 정원문화의 진수로 평가 받게 한다. 주워정위안 서쪽 켠에 있는 쑤저우 박물관에서 상(商).주(周)나라 이래 고대의 청동기, 도검, 서화 등과 쑤저우의 특색을 지닌 견직물이나 자수품 등을 둘러보았다.

전시관을 나오면서 유나양에게 류위안과 주워정위안 두 곳 중에 어느 곳이 더 마음에 드냐고 물었더니 류위안이 더 좋다고 한다. 민국이는 주워정위안을 선호했고 나도 화려하고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류위안의 인위적인 정원보다는 탁 트인 공간에 자연조건을 최대한 활용한 주워정위안이 훨씬 호방하고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

류위안이 여성적이라면 주워정위안은 남성적인 정원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관전가에서도 걸어갈 수 있는 가장 작은 정원인 왕스위엔(網師園)과 역사가 가장 깊은 창랑팅(滄浪亭)은 시간이 부족하여 아쉬움을 남긴 채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오후 3시경에 관전가(觀前街)로 나왔다. 어제 밤 야경 속을 헤매던 시내 제일중심가였다. 관전가는 쑤저우시의 거의 중앙을 동서로 800m 가로지르고 있는데 각종 상점이나 오래된 레스토랑이 줄지어 있는 번화가이다.

이 거리의 중심부에는 중국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도교사원이 있다.

식사 후 맥도널드 햄버거 가게에 들려 야간(夜間) 선박(船舶)을 타고 먹을 저녁식사를 미리 사두었다. 가게 안은 사람들로 붐볐고, 종업원들은 손님들의 주문 받기에 분주했다. 중국의 대도시에는 햄버거 가게와 치킨 체인점도 많은 편이며 매우 성업 중이다. 자본주의 물결이 중국인의 입맛을 바꾸어 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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