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 13 >
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 13 >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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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폴로가 소개한 천상의 도시 킨사이(항저우)
▲장자지에 계고그이 케이블카

13세기 중국을 여행했던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에서 킨사이(Quinsai)라는 훌륭한 도시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프랑스어로“천상의 도시”라는 뜻의 킨사이는 주위가 100마일이고 일주일에 사흘씩 시장이 열리면 4-5만 명의 사람들이 광장으로 몰려드는데, 이때 시장을 보기위해서 온갖 종류의 식량을 갖고 나와서 식량은 언제나 충분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도시는 모두 물 한가운데 있고 물로 둘러싸여 있어 시내 여러 곳을 다니려면 많은 다리가 필요한데 도시에는 1만 2,000개의 돌다리가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실제로 항저우에 다리가 많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1만 2,000개는 과장이 분명하다. 1271년 성벽안의 다리 숫자는 117개였고 교외에 230개가 있었다고 하니 다리의 숫자는 매우 많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마르코 폴로 동방견문록서 소개

마르코 폴로에 의하면 킨사이에 있는 10개의 광장들은 모두 커다란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는데 어떤 상점에서는 쌀과 향료로 빛은 신선한 술만 파는데 값도 싸다. 다른 거리에는 기녀들이 살고 있는데 그 수가 얼마나 많은지 말하기도 힘들 정도며, 그녀들은 일반적으로 지정된 구역인 광장 근처뿐만 아니라 시내 전역에 흩어져 있다, 그녀들은 고급 향수를 쓰고 여러 명의 하녀들을 거느리며 집을 온통 화려하게 장식한 채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녀들에게 한번 빠져버린 외래인들은 황홀경을 경험하고 그녀들의 애교와 매력에 온통 정신을 잃는 바람에 그 후로는 그녀들을 결코 잊지 못하게 된다. 이런 까닭에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간 뒤 킨사이, 즉“천상의 도시”에 있었다고 말하면서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을 볼 때 항저우는 옛 부터 풍류의 도시임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호수에는 크고 작은 선박과 유람선들이 수없이 떠 있어 그것을 타고 다니며 오락과 유희를 즐겼다 한다. 그 같은 배에는 10명, 15명, 20명 혹은 그 이상도 탈 수 있었으며 유람선 안에서 시후 동쪽 도시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고 수많은 누각, 절, 수도원, 높은 나무가 있는 정원들을 볼 수 있었다 한다.

이 도시 주민들의 머릿속은 일이나 사업을 끝내고 하루 몇 시간만이라도 여인들이나 기녀들과 함께 유람선을 타고 유희를 즐기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고 마르코 폴로는 소개하고 있다. 또한 도시 안에 무려 3,000여개의 욕탕과 증기탕이 있다는 사실도 기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항저우는 그 당시 상업과 풍류가 가장 발달된 천상의 도시였음을 알 수 있다.

후난(湖南)성 장자지에(張家界.장가계)

장자지에 행 열차에 올랐다. 어제 밤 30%나 웃돈을 더 주고 구입했던 것이 침대차 티켓이 아닌 입석표였다. 우리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역무원을 만나는 척 제스처를 쓰고 그럴듯한 번호가 찍힌 티켓을 주면서 두 부부가 한 조가 되어 믿음을 심어 주려 했던 행각이 모두 사기였다고 생각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목마른 자를 향해 사기를 치는 사기꾼들은 세상 어디에서나 있기 마련인가 보다. 기차를 탔을 때는 이미 늦었다. 기차표가 사기당한 줄도 모르고 꾸이린으로 떠난 유나 양을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열차는 미끄러지듯 들판과 작은 집들과 농가를 지나가고 있다. 개방 이전 마오저뚱 시대에 지은 붉은 벽돌집과 달리 새로 짓는 집들은 서구식 주택 형으로 바뀌고 있었다. 이름 모를 역과 마을이 스쳐가고 가끔씩 내리고 올라타는 사람들 어깨 너머로 구름이 조금씩 걷히기 시작하여 저녁햇살이 대지를 적시고 있다. 세상은 온통 녹색으로 물들고 철로를 따라 뻗어 내리는 높은 산들이 철길을 쫒아 달려오는 것 같다. 풀잎이 생기가 더 빛나 보이고 아스라이 사라지는 시골마을 언덕길과 붉은 벽돌집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차창 가에서 펄벅의 소설“대지”를 떠올려 보았다. 끝없이 펼쳐지는 황토밭과 논들, 장마 때나 봄직한 누런 황토물이 대지를 흐르고 있다.

작은 역에도 정차하는 삼등기차는 중국인들의 느긋하고 낙천적인 성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대부분 입석표 승객이다. 누군가 좌석 표를 가지고 나타날 때까지 앉으면 주인이고 나타나면 내어주고 누군가 떠나면 기다린 순번대로 자연스레 빈자리를 메운다.

장거리 여행객이 많아 한 보따리씩 음식을 장만해서 들고 타는데 대부분 두세 끼 정도는 마련해 가지고 온다. 열차에서 파는 음식들은 보기에도 느끼하고 기름진 음식들이라 사먹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저녁 무렵이 되자 앞 자석에 앉은 젊은 청년이 식사를 시키고 도시락 쓰레기와 닭다리 뼈들을 미안해하는 기색 하나 없이 자연스럽게 바닥에 버리기에 처음엔 야만인 같이 느껴졌다. 저녁이 가까워지자 식사를 마친 승객들이 버린 음식쓰레기들이 하나 둘 쌓이고 어느새 바닥은 쓰레기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식사와 음료수를 파는 매점박스차가 그 복잡하고 좁은 공간을 교묘하게 빠져 다니며 음식을 팔고 있는 모습이 자갈치 시장 통보다 더 복잡하고 활기차게 보인다. 모두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떠들고 흥겹게 얘기하고 있다. 기차 칸에서 큰 목소리를 내고 왁자지껄 떠들어대도 누구하나 얼굴 찡그리는 사람 없이 넉넉하고 여유 있는 표정들이다.

밤 9시가 되어서야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던 기차바닥은 승무원이 나타나 장대걸레로 밀어치우는 순간 예전의 모습으로 완전히 되돌아갔다. 바닥에 침을 뱉는 것을 볼 때 원시인을 보는 듯 한 그런 고정관념이 점차 사라지고 그들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20시간 이상 장거리 여행객들이다. 이 기차는 잘 다니지 않는 코스를 운행하며 하루에 한번 밖에 운행하지 않는다 한다. 하루나 이틀정도 기차를 타는 그들 입장에서 바닥을 쓰레기장으로 활용해서 일시에 먹고 버리고 한꺼번에 처리하는 독특한 쓰레기 처리 방식이 정착된 듯싶다.

13시간 만에 잡은 잠자리

중국열차는 종류가 다양한데 크게 특쾌(特快), 쾌속(快速), 보통(普通)열차로 나눌 수 있다. 여행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은 빠르게 운행하는 특쾌와 쾌속열차다. 열차가 T로 시작하는 열차는 특쾌로 열차 중에서 가장 빠르며 시설도 가장 좋다. 주로 침대칸이 많고 좌석 수는 그리 많지 않으며 간이역은 정차하지 않고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열차다. K로 시작되는 쾌속열차는 정차역이 특쾌 보다는 많은 장거리 열차다. T와 K로 시작되지 않은 열차는 보통열차로 중.근거리를 달리는 보통쾌속(快客)과 모든 간이역마다 서는 보통여객만차(普客)가 있다. 간이역마다 서는 열차를 타고 중국인들과 함께 밤을 지새본다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 생각되었다.

새벽 5시30분 농촌의 들녘이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왔다. 눈을 뜰 수가 없다. 13시간 만에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새벽 6시경에 밤새 쌓였던 쓰레기가 치워지고 황토 물이 흐르는 큰 강을 지나가고 있다. 먼동이 틀 무렵 지난밤 승무원에게 부탁한 침대차를 겨우 구할 수가 있었다. 3시간 정도 자고 나니 피로가 많이 회복되었다. 3단으로 된 침대칸은 입석 칸과는 별세계다. 가운데 침대칸에 누워 차창 밖을 바라보니 발끝 너머로 도회지와 농촌의 들판과 호수와 강이 미끄러지듯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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