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궁보무사 <33>
[궁보무사]궁보무사 <33>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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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용아씨
율량이 궁보에게 이런저런 주의를 해주며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는 내전 안으로 통하는 대문 안으로 막 들어가려 할 때에 그 앞을 또 지키고 있던 병사 몇 명이 갑자기 이들 앞을 딱 가로 막아섰다.

“더 이상 못 들어가십니다.”

“어허, 왜 이러는가. 난 성주님의 명령을 받고 이 아이와 함께 들어가는 몸이야. 어서 비키게.”

율량이 점잖은 목소리로 병사들에게 말했다.

“키가 큰 이 사람은 안으로 들여보낼 수 있어도 대신님은 절대 안됩니다. 더 이상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병사들 가운데 상급자로 보이는 자가 율량 대신 앞으로 나서서 정중한 태도로 이렇게 다시 말했다.

“뭐라고? 아니 그게 무슨 망발인가. 나와 이 아이가 함께 들어가서 성주님을 만나뵙기로 약속이 되어있거늘……. 어서 당장 비키지 못할까.”

마침내 율량이 크게 화난 목소리로 이 병사를 나무랬다.

“대신님! 그러나 어쩔 수 없습니다. 저희들은 방금 전에 다시 내려온 성주님의 명령을 그대로 따라야만하니까요.”

병사들은 이렇게 말하며 조금도 물러서려하지 않았다.

“그래. 성주님께서 다시 그런 명령을 내리셨단 말이지? 으음음…….”

율량은 이에 대해 뭔가 서운한 듯 씁쓰름한 미소를 지어보다가 궁보에게 손짓해서 가까이 다가오게 한 다음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성주님께서는 자네와 은밀하고도 긴밀한 얘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것 같아. 그러니 안심하고 자네 혼자서 들어가 보게나.”

“아유, 대신님! 전, 전 혼자서 저런 데 못 들어가요.”

궁보는 순간 당황한 듯 얼굴이 새파래졌다.

“여기 있는 병사들이 자네를 데리고 들어갈 것이니 아무 걱정할 필요 없다네. 자 그럼……. 아까 내가 누누이 일러줬던 걸 잘 기억해가지고 들어가게나.”

“네, 알았어요. 아유, 그 그런데……. 대신님께선 어디로 가시지 말고 여기서 저를 기다려주세요.”

“알았네. 그럼 내가 저기 큰 대문 앞에 가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겠네.”

율량은 조금 전에 들어왔던 커다란 대문을 궁보에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궁보는 그 커다란 덩치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덜덜 떨면서 마치 도살장에 들어가는 황소처럼 어느 병사와 함께 대문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하아, 이거야 원…….’

궁보가 안으로 들어가 완전히 사라지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율량은 갑자기 자신이 찬밥 신세가 되어져버린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성주님의 지엄하신 명령이라는데 이를 어쩌랴.

의기소침해진 모습으로 천천히 큰 대문을 나서던 율량은 갑자기 무엇에 깜짝 놀란 양 걸음을 딱 멈추고는 두 눈을 반짝 크게 떴다.

성주님의 마차가 반드시 놓여있어야만 할 그 곳!

그런데 그곳에 성주님의 마차가 보이지 않는다.

“아, 아니……. 저, 저게 어떻게 된 거야. 그, 그렇다면 성주님은 지금…….”

바람둥이 부용아씨가 무슨 일을 저지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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