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문화재단 창립, 산 넘어 산
충북문화재단 창립, 산 넘어 산
  •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 승인 2011.10.19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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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충북문화재단 창립이 산 넘어 산이다. 지난 8월, 대표이사 사퇴 이후 표류를 거듭해 온 재단문제가 10월에 들어서 또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재단의 첫 대표이사 선임에 실패한 충북도는 그동안 적임자 선임이라는 원칙만 세워놓고 적합한 인물찾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도의 고민을 보여주듯 각계에 인물 추천을 요청했고, 특히 청주예총과 청주민예총이라는 충북의 대표 문화예술단체로부터 의견수렴이란 형태로 인물추천을 받았다.

이에 나기정 전 청주시장과 도종환 시인이 강력한 후보로 추천되었고, 도 관계자들은 양 단체의 의견 조율에 들어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양측 모두 접점을 찾는 데 실패하고 또다시 표류상태로 들어갔다. 지루한 인물난이 되풀이되었고, 지역 문화예술계는 재단 창립을 관망하는 자세로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아무런 결정없이 툭툭 불거져 나오는 대표이사 선임문제는 문화예술계는 물론이고 대표이사로 추천되었던 나기정 전 청주시장이나 도종환 시인의 심기 역시 불편했으리라 짐작된다.

이런 와중에 나 전 시장은 지난 13일 도청 기자실을 찾아 충북문화재단 추천 거부 의사를 밝히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거부 이유가 ‘대표이사 선임문제로 좁은 지역 안에서 문화예술계가 두 갈래로 나뉘어 싸우는 듯한 상황이 전개되는 데 대해 매우 불편하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관할 기관이 아무런 결정도 못하고 여론의 향배나 살피는 듯한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많은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무마될 것 같았던 사태는 이날 나 전 시장이 기자들과의 회견 내용 일부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새로운 불씨가 도출되었다. ‘초대 대표이사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말이 민예총 회원들을 자극한 것이다.

대표이사를 맡아 달라는 진원지를 박경국 행정부지사로 본 충북민예총은 19일 ‘박경국 행정부지사께 드리는 공개질의서’를 내놓았다.

‘만약 박경국 행정부지사가 한쪽을 일방적으로 지지한 것이 사실이라면 행정의 기본원칙을 위배한 것’이라며 박 부지사의 답변을 요했다.

또 ‘박 부지사가 특정예술단체의 추천을 받고 나 전 시장에게 대표직을 제안한 것인지, 부지사가 먼저 결정한 다음 특정단체에 제안했는지를 밝혀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박 부지사는 ‘그런 일 없다’며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어느 쪽 이야기가 맞는지 틀리는지는 미지수다. 하나, 특정인 지지가 사실이라면 고위 공무원으로서의 행동으로는 적절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본질적 문제로 파고 들면 이 역시 주변적 사안이다. 이처럼 문화예술계가 뒤숭�!� 상황이 지속된다면 누가 누구를 지지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8월 출범에서 9월, 다시 10월로 미뤄지고 있는 재단 창립이 과연 시민들에게 어떻게 비쳐지고 받아들일지가 더 걱정이다.

실제 양측의 문화예술단체 관계자들은 지금의 상황이 껄끄럽다. 대표이사 자리에 대한 단체 입장을 다 내려 놓은 시점에서 누가 대표이사가 되어도 좋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좋은 정책을 만들어 튼튼한 문화예술기반을 만들어주길 희망하는 목소리다.

이제 충북도의 결정이 필요하다. 대표이사 선임 문제로 이리저리 끌려가는 듯한 모습은 실망만 안겨 준다. 균열을 봉합하고 큰 틀에서 지역의 문화예술 역량을 키울 토양을 마련해 주는 일이 진정한 도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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