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과 ‘껍데기’
‘껍질’과 ‘껍데기’
  • 김우영 <소설가>
  • 승인 2011.10.1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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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우리말 나들이
문학청년시절 굽 높은 구두에 장발, 분홍색 스카프에 청바지 시절. 통기타 하나 어깨에 둘러메고 여름날 고향에서 가까운 대천해수욕장에 자주 놀러 다녔다. 이곳에서 소리쳐 불렀던 노래 중에 하나는 ‘조개껍질 묶어’라는 노래였다. 젊은 날 바다에 흘려도 태평양만큼이나 많이 흘려보낸 추억의 노래였다.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룰루라라 / 불가에 마주 앉아 ~ 밤새 속삭이네 ~ 룰루라라 (中略)”

그 당시 흥겹게 추억에 어리도록 부른 노랫말이 이제와 생각하니 틀린 어법이라니? 아이러니 할 수밖에 없다. 이 노랫말 도입부의 ‘껍질’은 껍데기로 불러야 한다. ‘껍질’은 양파와 귤, 사과 등의 겉을 싸고 있는 층(켜)이고, ‘껍데기’는 달걀, 조개 등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이다. 그렇다면 어법에 맞도록 노랫말을 이렇게 부를까?

“조개 껍데기(?)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중략)”

노래흥행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 노랫말 작사가 입장에서 보면 이럴 것이다.

“누구 노래 버리려고 작정했시유?”

노랫말이니 그려려니 하자. 이 유명한 노랫말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조개껍데기’보다 ‘조개껍질’이라고 하고, 달걀껍데기, 귤껍데기를 쉽게 달걀껍질, 귤껍질로 덩달아 부르고 있다.

제주도에서 좁쌀 가루로 만든 떡이 ‘오메기떡’이다. 좀오므라들게 만들어 온 떡말이란 뜻이다. 조껍질로 만든 술도 덩달아 ‘오메기술’이다. 언제부턴가 조를 갈아 만든 술은 ‘조껍데기술이다.’ 예전엔 조껍질로 만들어서 ‘조껍질술’이었지만, 요즘은 알갱이로 만든다. 그러니 ‘좁쌀술’이다. 또 ‘돼지껍데기’도 ‘돼지껍질’이라야 맞다.

가을철 충남 서천의 서면 홍원항에 가면 ‘전어잔치’로 해안가는 온통 떠들썩하다. 살이 통통하고 뼈가 무르며 맛이 고소하다는 전어를 먹기 위해서 전국 경향각지에서 미식가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집 나갔던 며느리도 이 맛을 못 잊어 돌아온다는 전어이다. 전어는 항암작용을 하는 DHA와 EPA가 풍부하며 암세포 수를 줄이고 피를 맑게 하며 동맥경화 예방효과도 있다고 한다.

전어 창자로 절인 ‘밤젓’은 겨울철 김장 젓갈과 술안주로도 인기가 좋다. 지난 여름 한국소설가협회 세미나가 전남 진도에서 있었다. 진도의 섬글 소설가가 안내한 식당에서 내놓은 ‘밤젓’ 의 맛은 지금도 군침이 돈다. 쐐주 한 잔에 밤젓 한 접시는 지상 최고의 일미였다. 이날 먹은 전어회가 숙취제 여성 피부미용에도 좋다고 하자, 함께 간 서울의 김 모 여류소설가는 한 잔 술에 꼬불어진 혀로 말한다.

“아줌마, 고거, 세꼬시 하나 더 주소, 잉!”

횟집 벽에 써 붙인 ‘세꼬시는 아삭아삭 씹히는 감칠 맛과 거친 맛이 일품’ 이란 말을 보며 하는 말이다. 대부분 ‘세꼬시’를 회 이름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아니다. 일본말 중에 작은 물고기를 머리와 내장을 제거 3~5mm의 두께로 뼈를 바르지 않고 뼈째 자르는 생선요리를 ‘세꼬시’ 라고 한다.

횟집에 가면 마구로, 사시미, 스시, 와사비 등 회와 관련된 일본말이 있듯 ‘세꼬시’란 말도 일본어에서 건너왔다. 이 말이 경상도에 처음 머물며 ‘뼈꼬시’ 라고도 불렸다. 이 이름은 뼈째 먹으므로 고소하다 해서 붙였다. 이에 적당한 순화용어가 아직 없어 현재는 ‘뼈째 썰어 먹는 회’,‘뼈째회’ 라고 부르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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