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만원짜리 골프장 초대권
6000만원짜리 골프장 초대권
  •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 승인 2011.10.0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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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 달여 전 공무원들의 골프 얘기를 꺼낸 적이 있는데 또 골프 얘기를 하게 됐다.

9일 천안에서 국내 최고 권위 골프대회인 한국오픈선수권이 성황리에 끝났다. 덕분에 천안에 며칠간 전국 골퍼들이 주목했다. 그러나 대회 직전, 본지에 의해 황당한 사실이 밝혀져 시민들을 언짢게 했다.

천안시가 수년 전부터 이 대회에 6000만원씩 지원해 온 것이 처음 알려졌다. 한술 더 떠 그 지원 ‘사례’로 구하기 힘든 대회 초대권을 300장씩 받아 왔다는 것이다. 초대권은 몽땅 골프를 좋아하는 시청 간부 공무원들과 시의회 의원들, 그리고 천안서 행세깨나 하는 골프 애호가들에게 돌아갔다. (본지 2011년 10월 6일자 1면 보도)

시민 혈세로, 대기업(코오롱)이 개최하는 스포츠 대회를 후원하고, 그 대가로 초대권을 받아 끼리끼리 나눠 가진 것이다. 이를 알게 된 시민들의 원성이 이만저만 아니다.“임산부들과 약속한 셋째아이 양육지원비도 예산(7500만원) 없다고 못 지킨 천안시가 이럴 수 있냐.”, “골프장이 천안에 내는 세금이 얼마나 된다고 귀족 스포츠에 그 큰돈을 선뜻 내놓았냐.” 우정힐스CC는 엄격한 회원제로 운영돼 일반 시민들에게 천안 속 별천지 같은 곳이다. 그런 곳에 천안시가 수년간 시민 세금을 가져다 바쳤으니….

TV로 생중계되는 한국오픈대회를 보고 있노라면 천안시가 왜 이런 대회에 혈세를 지원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디 한구석에서도 이 대회가 천안서 열린다는 사실을 알 수가 없다. 대회명은 물론이고 대회 장소인 우정힐스CC 이름에서도 천안은 찾아볼 수 없다. 시가 대회장으로 가는 길목마다 세워준 교통안내판에서 간신히 ‘천안시’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천안시는 이 대회를 위해 KTX 천안아산역~대회장 간 순환버스를 운행하고, 대회 홍보탑까지 세워 줬다. 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올해 시 예산(체육청소년과)에 따르면 민간체육행사 보조비 중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 4900만원’이었다. 하지만 천안시가 지난 5일 밝힌 지원비는 6000만원이었다. 천안시는 대회 보조비 외에 1100만원을 끌어다 버스 전세비, 홍보탑 설치비 등에 쓴 것이다. 그렇게 지원한 총액수가 장애인 체육지원비(8800만원)엔 못 미쳤지만 도민체전 우수선수 육성비(3000만원), 초중생 체육꿈나무 육성비(4300만원)를 껑충 뛰어넘었다.

천안시가 이렇게 생색 안 나는 데 거금을 지원한 걸 두고, 골프를 좋아하는 공무원이 많아 벌어진 일 아니냐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실 천안시는 골프 때문에 여러 번 홍역을 치렀다. 수년 전 골프장 건설 인허가와 관련된 모 국장이 해당 골프장 회원권을 3000만원 싸게 샀다 망신살이 뻗쳤다. 지난 여름 더위를 달궜던 천안 공직자 비리 재판서도 골프가 여러 번 등장했다. 전 천안시수도사업소 하수과장 최모씨(52·1심 5년형 선고)는 업자들과 어울려 해외 골프를 치러 갔고, 천안시장은 정보계통으로 잔뼈가 굵은 천안 경찰간부 홍모씨(56·1심 5년형 선고)와 부부동반으로 골프를 즐겼다. 이런 상황이니 천안시의 공무원 골프장 출입 자제 당부가 먹힐 턱이 없다.

이번 대회를 구경했던 사람이 천안시 공무원 모습을 심심찮게 봤다고 전한다. 그들이 초대권으로 왔는지 3만~5만원 갤러리 입장권을 사서 왔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그들이 내셔널리그 축구팀 중 극빈팀인 천안시 축구단이 예산 부족으로 헉헉대는 걸 알기는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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