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서원·향교 열린공간 되길"
"전국 서원·향교 열린공간 되길"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1.10.0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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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대 서정호 교수
향교는 조선시대 지방 도시에 설치된 관립(官立)교육기관이다. 서원은 같은 교육기관이지만 향교와 다른 사립(私立)이었다. 향교와 서원은 지방에서 인재 양성을 맡았던 두 주요기관이다.

공주대 문화재보존과학과 서정호 교수는 최근 '아름다운 한옥기행-정자·향교·서원을 찾아서'(신아사 발행)를 펴냈다. 전통건축학을 전공한 서 교수는 전국을 돌며 옛 선비들의 향학 정신이 서려 있는 곳을 돌아보고 그 향취를 책에 옮겼다.

그는 "전통건축학자로서 건물 외관만 살피는 데 그치지 않고, 그곳에서 생활했던 선비들의 삶을 추적하려고 노력했다"며 논산 돈암서원(사적 383호)을 예로 들었다.

사당 담장에 새겨진 '박문약례(博文約禮)', '서일화풍(瑞日和風)'이란 글이 눈에 띈다. 학문을 널리 닦으면서 예의를 꼭 지켜라, 좋은 날씨와 부드러운 바람처럼 사람을 편안하게 대하라는 뜻이 담겼다.

서 교수는 "학업에 매진하면서도 공부하는 뜻을 놓치지 않으려는 바람을 잊지 않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향교는 지방 관청 바로 옆에 있다. 조선시대 지방 관리의 주요 임무 중 하나가 향교를 보살펴 지역 인재를 길러내는 일이었다. 반면 서원은 자연 풍광이 좋은 곳에 자리 잡았다. 심신을 수양하면서 학문을 닦기 위함이다.

서 교수는 "임진왜란(1592년)을 겪으면서 향교가 많이 불타자 사림세력들이 대체교육기관 성격으로 서원을 많이 설립했다"며 "서원은 자연과 인간의 만남의 장소가 어떻게 형성되는가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서원 건축에는 선비들의 높은 도덕성과 그들의 이상향이 그대로 배어 있다는 설명이다.

향교는 지방 인재들이 모이는 과거 준비기관적 성격이 짙다. 서 교수에 따르면 기숙사이자 공부 공간이었던 동재(東齋)·서재(西齋) 건물에 엄격한 선후배 서열이 숨어 있다. 동재는 선배들의 공간이다.

단순한 칸막이 방만으로 꾸며진 서재와 달리 부엌과 넓은 마루가 딸려 있다. 가까이서 따뜻한 식사를 제공받으며 시원한 마루에 나와 머리도 식힐 수 있었다.

서 교수는 "아직 할 공부가 많은 후배들은 방에 틀어박혀 책만 읽으라는 생각이 건물 양식에 숨어 있다"고 귀띔한다.

서 교수에겐 한 가지 바람이 있다. 전국에 산재한 향교·서원이 현대인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다가서길 바란다. 꽁꽁 닫은 대문을 열고, 답사객과 인근 주민들을 반가이 맞아 주길 바란다.

최근 일부 향교와 서원들이 한문을 가르치고 예의범절을 교육하는 장소로 개방돼 다행스러운 일이다.

천안 토박이인 그는 최근 아산 배방읍 휴대리에 기와박물관을 착공했다. 자신이 20여년 소중히 모은 기와들을 전시하려고 한다. 서 교수는 지난해 전국의 양반가 고택들을 소개하는 '한옥의 미'를 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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