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은 여전한데 사회는 퇴물 취급
능력은 여전한데 사회는 퇴물 취급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1.09.25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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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30년이 문제 "일하고 싶다"
고령화사회 가속화… 복지수준은 걸음마 단계

노인 일자리 창출사업도 대부분 단순노무직

정부, 사회적 논의 통한 삶의 의미 부여 절실

10월 2일은 제24회 노인의 날이다. 지난해 12월 현재 우리나라 인구 100명 중 11.3명이 65세 노인으로 고령화사회 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증가추세인 노인인구에 비해 우리나라 노인복지 수준은 겨우 걸음마 단계다. 노인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될 만큼 이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 위한 노인복지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에 심각한 노인문제의 현재를 진단하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는 노인들을 살펴본다.

56세에 평생 직장인 공무원생활을 마감한 김모씨(67)는 정년 후 5년간 집에서 놀다 6년 전 아파트 경비로 취업했다. 매달 연금을 받고 있어 경제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취업에 나선 것은 할 일이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기 때문이다.

"정년을 하고 나니 아무것도 할 게 없었어요. 공무원 체면에 궂은 일하기도 그렇고 해서 몇 년 집에서 놀았더니 오히려 몸과 마음이 더 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일자리를 구해 보았는데 막상 할 일이 많지 않더라고요."

아파트 경비 일을 하고 있지만 김씨는 돈을 벌어서라기보단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하다.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동극반에서 활동하고 있는 송기순씨(76·여). 동극 연습하랴, 병원에 자원봉사하랴, 바쁜 나날이지만 "70을 넘은 할머니를 써 주는 게 어디냐"며 "돈도 벌고 일도 하니 좋다. 제발 퇴물 취급해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고 예단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노년에 일을 찾아 나름의 삶을 즐기고 있는 두 어르신과는 달리 우리나라 노인들에게 취업은 멀고 먼 산이다.

노령화로 접어들면서 노인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데다 정년 단축과 IMF 이후 명예퇴직과 조기퇴직이란 이름으로 '정리'된 젊은 노인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노인들의 일자리는 큰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60살 이상 노령층의 취업 현실은 심각하다. 노인이라고 하기엔 젊고, 일에 대한 욕구는 큰 젊은 노인들에게 안정된 일자리는 전무한 실정이다. 한순간 사회 퇴물로 취급받고 있는 젊은 노인 문제는 노인복지 중에서도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이같이 노인일자리가 사회문제화되자, 정부에선 노인일자리창출사업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기껏해야 경비나 건물 청소, 관리 등 단순노무직이 대부분이고 이마저도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여서 노령화에 따른 정책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또 젊은 노인이 증가하면서 단순한 경제활동보다는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형 노인일자리 사업 공모에 억대부자들이 47%나 참여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불법여부를 떠나 갈 곳 없는 노인문제를 드러낸 반증이기도 하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한국 노인의 삶의 변화 분석 및 전망'에 따르면 70세 이상 노인의 근로활동 참여율이 30%를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계형 구직이 여전히 높지만 구직에 대해 변화하고 있는 노인들의 가치관을 확인할 수 있다.

요즘 '998812'라는 말이 유행이다. 99세까지 팔팔하고 살다 하루 누웠다가 이튿날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노후생활에 대한 염원이다. 그만큼 노인문제가 코앞의 현실임을 보여주는 말이다.

고령화 시대로의 급속한 진입은 많은 노인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일에 대한 노인들의 높은 욕구와는 달리 사회적인 논의는 아직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노인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가족과 사회가 끊임없이 '준비'해야 하는 삶이다. 이제 어느 사회든지 모든 사람들이 사회 일선에서 물러나 오랜 기간동안 은퇴 생활로 보내야 한다. 은퇴 후 30여년 동안 지속될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향후 노년기의 삶에 커다란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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