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를 잡아라
LG를 잡아라
  • 남경훈 <편집부국장>
  • 승인 2011.09.19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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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척박하기만 했던 충북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은 곳이 바로 LG다.

청주산업단지 3, 4단지가 본격 조성되면서 입주가 시작된 LG가 이제 가동된 지 30년이 넘어섰다.

럭키와 금성사, 금성계전이란 간판을 달고 둥지를 튼 LG는 그동안 지역 제조업의 중심으로 성장해 왔으며 현재는 LG화학 LG생활건강 LG하우시스 LG전자 LG이노텍 LS산전 등 6개사로 변모해 있다.

이런 성장 과정 뒤에는 아픈 과거도 있다. 외환위기 당시 LG는 자매사인 LG반도체를 ‘빅딜’이란 명분으로 현대에 거의 빼앗기다시피 했다.

그래도 지역 중심기업으로 LG는 성장했다. 이들 기업의 연간 매출만도 현재 10조원에 달하고 있다. 중소협력업체들은 청원 진천 음성을 비롯 지방 주요산업단지에 포진해 있다.

LG가 부산과 울산을 벗어나 구미와 함께 생산 거점지역으로 성공을 거둔 곳중 한 곳이 바로 청주다.

그러나 최근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경기도 파주의 LCD단지의 집중적인 개발에 이어 수도권 진출을 타진 중이기 때문이다.

LG그룹은 최근 전기자동차 관련부품 투자지로 인천 서구 청라지구 인근의 서부산업단지를 확정시켰다.

이곳에서는 그룹 계열사들이 전기차 관련 공조용 압축기, 모터, 배터리 모듈의 설계 및 전반적인 생산공정상 엔지니어링을 맡게 된다.

LG전자도 경기 평택시 진위면에 278만㎡ 규모의 산업단지를 조성한다.

이 산업단지는 1조원 이상이 투자돼 태양광,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수처리 등 미래 전략산업의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연구·개발(R&D) 집적기능을 하게 된다. 오는 2014년 말 완공할 계획이며 최소 2만 5000여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지역이 충북에 이미 정착한 LG화학이나 전자의 사업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LG화학은 오창과 청주에 전기차 핵심부품인 배터리공장을 갖고 있다. 충북을 중심으로 차세대 핵심산업인 전기차 부품단지가 조성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던 셈이다.

LG전자의 휴대폰라인 재이전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평택에 전용단지를 조성하면서 각종 부품류 생산으로 집중화할 것으로 보여 청주공장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처럼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던 사업들을 수도권에 빼앗기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LG하우시스와 LG생활건강도 공장이전을 검토 중이다.

청주산단내 용지가 이제 턱없이 부족하고 시설도 낡은 데다가 이미 분사(分社)를 마친 기업으로 한지붕 세가족으로 살기가 더 이상 힘들기 때문이다.

LG가 가동 30년 만에 가장 큰 고비를 맞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충북도나 청주시 등 지자체의 대응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최근 LG전자 청주공장 휴대폰 라인 이전문제로 도에서는 대책회의가 열렸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LG전자 한 직원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도청 고위급 간부로부터 “LG전자가 청주에 있는지 몰랐다”는 말을 듣고서였다. 30년이나 공장을 가동하고 1000명이 넘는 종업원이 근무하는 LG전자가 청주에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말에 기가 찼다고 한다.

또 LG생활건강이 이전용지 물색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지만 도청 경제부서 간부공무원은 “처음 듣는 말”이라고 했다고 한다.

기업은 이제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 충북보다 얼마든지 좋은 조건으로 갈 곳이 많다는 뜻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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