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개령 사이클 투어를 마치고
오개령 사이클 투어를 마치고
  • 이병민 충북도 축산과
  • 승인 2011.09.05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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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날씨가 화창한 주말이면 사이클 타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른 아침에 만나 3~4시간(100km) 정도를 청주·청원·보은·괴산 등 인근을 달리며 자연을 만끽하곤 한다.

사이클을 접한 지도 벌써 5년째이니 이쯤이면 가장 좋아하는 취미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법하다.

종종 마음이 편안한 사람들과 격식 없이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게 되면 매끈하고 늘씬함을 자랑하는 나의 소중한 두 바퀴에 인생을 견주어 말하곤 한다.

그 이유는 끝이 없어 보이는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을 두 바퀴로 굴러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 여정과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3~4시간씩 100km 이상의 거리를 달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힘겨울수록 페달을 좀 더 부드럽고 간결하게 구르면 항상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오랜 믿음이 있어 지금까지 사이클을 즐길 수 있게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최근에 다녀온 강원도 오개령 사이클 투어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과연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 '정말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만약 내가 자전거를 타면 어디까지 오를 수 있고, 과연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서 동료들과 함께 강원도 오개령으로 사이클 투어를 떠났다.

동이 트기 시작한 새벽 6시부터 백팔굽이 강릉 대관령(832m) 옛길을 시작으로 운두령(1089m), 구룡령(1013m), 한계령(1004m), 인제 미시령(826m)까지 무려 12시간을 쉼 없이 오르고 또 달렸다.

해질 무렵 가뿐 숨을 몰아쉬며 미시령에 다다랐을 때 눈앞에 펼쳐진 안개비의 향연으로 완주의 기쁨과 감동은 배가 되어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고갯길을 오르며 세상에 정말 공짜는 없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자전거야말로 힘들인 만큼, 그리고 가고자 하는 거리만큼만 허락하기 때문일까. 세상 모든 이치를 함축해 놓은 듯한 그 말이 묘하게도 그 상황과 잘 맞아 떨어졌다.

만약 이번 사이클 투어를 혼자서 시도했다면 훨씬 더 어려웠거나 아니면 중간에 포기했을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도 긴 시간을 함께해 준 동료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고, 함께 달리는 그 누군가가 있다는 게 무엇보다 좋았다. 사이클 투어를 통해 경험한 배려와 공유에 대한 좋은 느낌들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아주 긴 여운으로 남게 될 것 같다.

이처럼 좋은 체험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경험은 평생의 자산이 돼 자신을 크게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가족, 직장,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에도 큰 밑거름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믿는다.

숨 가빴던 경험을 뒤로하고 사무실에 우두커니 앉아 있으니 세상사가 달리 보인다. 투어 할 때보다 더 힘든 상황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

이번 강원도 오개령 투어를 통해 느꼈던 소중한 경험들은 이제 나의 생활에 녹아들어 가족과 동료, 그리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함께 살아가는 데 긍정적인 활력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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