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법 개정안
병역법 개정안
  • 이재경 부국장<천안>
  • 승인 2011.08.3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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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틀 전 헌법재판소가 춘천지방법원이 제청한 병역법 88조 1항 1호(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거부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의 위헌 법률 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04년 같은 사안을 다룬 뒤 7년 만에 똑같은 결정이 내려졌다. 공교롭게 결과도 같았다. 9명의 재판관 중 7명이 합헌 의견을, 2명은 한정 위헌 의견을 냈다. 2004년에도 7대 2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이번 심판은 2007년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안모씨가 병역을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안씨는 1심 법원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을 담당한 춘천지법은 "병역법 관련 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이듬해 9월 위헌 제청을 했다. 그리고 3년 만에 이번 판결이 나왔다.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수감 생활 중인 병역 거부자들의 실망스러운 표정이 눈에 선하다.

그중 강의석이란 이름 석 자가 떠오른다. 그는 지금 경기도 의왕의 서울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그 역시 병역을 거부해 지난 6월 2일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는 2004년 고3 시절 서울 대광고에서 학교를 상대로 학내 종교 자유를 요구하다 제적을 당해 유명해졌다.

이듬해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그는 2008년 국군의 날, 놀라운 모습으로 대중에 나타났다. 6만여 명의 군인들이 시가행진하던 강남 테헤란로에 알몸으로 나와 '전쟁을 반대한다'며 기관단총 모양의 과자를 먹는 퍼포먼스까지 했다. 그리고 결국 스스로 옥살이를 선택했다.

병무청이 2007년부터 지금까지 종교적, 개인적 신념에 따라 병역 또는 집총을 거부한 사람 수를 지난달 30일에 발표했다.

모두 3469명인데 이들 대부분이 병역법 88조 규정에 따라 1년 6개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수감중인 사람은 900여 명이다.

이번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싶다. 양심적 거부자에 대한 대체 복무 여론에 대해 헌재는 이번에도 단호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자유가 제한되지만, 국가 안보 및 병역 의무의 형평성이라는 공익을 실현하고자 하기 때문에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성의 적합성이 인정된다"는 게 이번 헌재 판결의 요체다.

그러나 뭔가 조금 거슬린다. 우리나라의 한 해 징병인원은 30만명 정도다. 이에 반해 양심적 병역 거부자 수는 0.2%에 불과한 연간 평균 600여명 수준이다.

전체 국방력에 영향을 줄 만큼 문제가 안 되고, 대체 복무에 대한 확실한 기준만 만들어진다면 이젠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내정 간섭 같아 언짢긴 하지만 UN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06, 2010, 2011년 세 차례에 걸쳐 대한민국이 병역 거부자의 권리를 인정해 (대체복무 등의) 입법조치를 하길 원한다는 권고까지 했다.

헌재가 또다시 합헌 결정을 내린 병역법을 개정하려는 국회 내 움직임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김부겸 의원(민주) 등 11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는데, 이들은 지난달 1일 양심적 거부자들에게 병역 대체 복무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병무청에 양심적 병역거부 판정위원회를 신설, 심사를 통해 인정되면 사회복지 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했다. 사회복지 요원은 공익단체나 시설에서 노인, 장애인 등의 요양·자활 등과 관련한 업무를 수행하며, 복무기간은 육군 복무기간의 1.5배 이내의 범위가 되도록 했다. 이 개정안이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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