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유감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유감
  • 남경훈 <편집부국장>
  • 승인 2011.08.2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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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서울시의 무상급식에 관한 주민투표가 투표함도 열지 못하고 끝났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투표였다.

이번 주민투표를 놓고 여야의 입장을 보면 가관이었다. 여당 출신 시장은 당과 상의도 없이 주민투표를 꺼내들더니 덜컥 발의해 버렸다. 또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더니 투표 결과에 시장직까지 거는 배수진을 쳤다. 정책에 대한 주민투표가 하루아침에 주민소환투표가 돼 버린 셈이다.

야당은 기본적으로 투표에 의해 정권 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투표를 하지 말라고 나섰다. 투표 불참도 하나의 의사표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안 하는 것은 몰라도 남까지 하지 말라는 것은 민주주의 정당에서 내세울 일은 아닌 것 같다. 투표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야권도 거부하기가 민망했던지 '나쁜 투표'를 들고 나왔다. 투표에도 나쁘고 좋은 것이 있는지 헷갈린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샌드위치꼴이 돼 버렸다. 선관위가 투표율 제고 운동을 하지 말라고 나서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원래 주민투표제도는 1994년 '지방자치법'에 그 근거 조항이 마련되었다가, 2003년에 비로소 '주민투표법'이 제정됨으로써 2004년 7월 30일부터 이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번 주민투표안은 '소득 하위 50%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안'과 '소득구분 없이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초등학교는 2011년부터, 중학교는 2012년부터 전면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안' 중 택일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어이없는 해프닝이고 의미 없는 논란이 벌어졌던 것이다.

헌법 제31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지며,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그래서 국가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을 무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급식은 의무교육의 무상실시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것인가. 참으로 말도 안 됐던 투표였다.

그동안 각 시·도마다 무상급식을 도입하기 위해 엄청난 고민을 했다. 문제는 재정 확보였기 때문이다. 학교 급식사업은 애초 교육과학부 소관의 국고보조사업으로 시작되었는데 지난 2005년도부터 지방자치단체 사업으로 이양됐고, 소요경비는 시·도 교육감이 편성하는 지방교육재정에서 지원되고 있으며 국고지원은 없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는 재정형편에 따라 무상급식 정책을 결정하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중구난방으로 시행되고 있는 이유는 정부가 지방분권정책이라는 미명하에 2005년부터 추진한 국가사무의 지방이양사업의 일환으로 국가사무인 학교급식 사무를 지방사무로 이양했기 때문이다. 학생급식이 왜 지방사무인지가 문제다. 당연히 전국적 공공재라 할 무상급식을 정부에서는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리하게 이양해 버린 것이다.

복지 포퓰리즘이냐, 부자복지냐, 선별복지냐 하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결국 무상급식문제는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다. 하루빨리 학교급식 사무를 국가사무로 환원시켜 국가적 차원에서 일관성 있게 실시하는 것이 바로 무상급식 주민투표 논란이 주는 교훈이 아닐까. 그리고 더 이상 소모성 주민투표로 시민과 국민들을 혼란에 빠트려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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