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잡기 공모
물가잡기 공모
  • 안병권 부국장<당진>
  • 승인 2011.08.2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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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정부가 이달 초 연일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국민을 대상으로 ‘물가잡기’ 아이디어 공모에 나섰다. 국민을 대상으로 물가를 잡을 묘책 공모에 획기적인 대책이 나올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지 주목된다. 경제 관료들이 물가 잡는 아이디어 공모까지 나서는 이면에는 현재의 물가 불안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올해 초 공언했던 ‘물가 상승률 3%대’는 이미 폐기된 지 오래다. 구제역 파동과 이상 기후, 국제유가 상승 등 ‘불가항력’ 변수를 주된 원인으로 꼽아 물가폭등이 현실화됐다.

정부의 물가 대책은 두더지잡기 게임을 하듯 땜질 처방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지난 7월에 끝난 휘발유 값의 한시적 인하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기존 공식 물가지수인 소비자 물가지수 외에 서민 생활과 밀접한 배추, 고등어, 휘발유 등 52개 품목을 별도 선정해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MB물가’다.

여기에 지난달 서민생활과 직결된 생활물가 품목 10개를 선정해 모두 62개 품목이 집중 관리 대상이다. MB물가지수 성적표는 저조하다. 대통령의 특별관리 지시가 무색하다. 소비자 물가가 3년간 12% 오르는 동안 MB물가는 오히려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20%를 훌쩍 넘었다. 안정은커녕 나날이 치솟고 있는 탓에 불만을 키우는 격이 됐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다 보니 ‘금배추’, ‘금등어’, ‘금겹살’ 등의 신조어를 양산해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MB물가지수에 포함되면 값이 폭등한다는 징크스가 생겨날 정도다. 임시적인 대책으로 물가는 절대 잡히지 않는다. 한번 오른 물가는 내리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는 대증요법이 아니라 물가를 잡을 수 있는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할 시점이다.

물가불안은 정부 대책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 아니냐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올해 들어 거의 모든 부처가 물가잡기에 올인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는 원칙 없이 임시방편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어떤 정책을 제시하고, 그에 관한 여론 청취는 가능하다. 물가를 잡을 묘책을 구한다는 발표에 언론에서는 ‘기획재정부의 굴욕’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냉소적이다. 국민들에게 지혜를 구하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일반인들의 아이디어로 물가가 잡힐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아이디어 공모는 기획재정부가 국민들에게 하소연하는 모습으로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범국민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공모에 들어간 이면에는 그간 정부의 ‘물가잡기’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한 초조함이 묻어난다.

분명히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경제살리기’를 모토로 선출된 대통령이 물가와 관련된 체감 민심의 이반으로 지금 한국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경제적으로 무능한 정부로 낙인찍힐 위험한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올해 상반기에 10만개의 기업이 133조원의 매출 영업이익을 냈다. 이 중 단 30대 재벌 기업이 37조원으로 37%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한국경제가 재벌 대기업 위주로 경제가 운영된다는 뜻이다.

재벌만을 위한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물가도, 경제도 제대로 자리가 잡힌다. 물가 정책은 국민과 정부의 신뢰 구축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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