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버핏과 부의 환원법칙
워렌버핏과 부의 환원법칙
  •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 승인 2011.08.16 2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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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부자들이여 세금을 더 내라!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서 나라의 부채를 줄여야 한다!”

무슨 뜬금 없는 말이냐고? 어디서 또 노조가 파업하느냐고? 이 말은 머리에 띠를 두르고 날바닥에서 외치는 노동자들의 구호가 아니다. 투자의 달인이자 세계 최고 갑부로 꼽히는 워렌버핏의 말이다.

그는 지난 15일 뉴욕타임스에 ‘슈퍼 부자 감싸기를 멈춰라’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미국 의회에 연 수입 100만달러 이상의 부자들에게 증세를 해서 재정위기를 돌파하라고 제안했다. 자신을 포함한 슈퍼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라며 정부차원에서의 부자감싸기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돈 있는 사람이 돈을 굴려서 얻은 수입자가 노동으로 돈을 버는 근로자보다 세금을 적게 내고 있는 조세구조는 분명 잘못됐음을 질타하고,  부자들에게 추가로 세금을 걷어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부자가 부자들을 향해 던진 말의 파급력 때문인지, 부를 환원하는 방식 때문인지 워렌버핏의 이 글은 전 세계로 타전되며 국내에서도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부럽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부자나 기업들은 세금을 덜 내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세금비율을 낮췄던 모습에 익숙했던 터라 버핏의 주장은 신선한 충격이다. 부의 세습을 당연시 하고, 한 푼이라도 더 많은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려는 우리나라 부자들에 빚대 시민들은 ‘우리나라엔 부자가 없다’며 꼬집기도 한다.

건강한 노동으로 얻어진 부에는 쓰임에 있어 개인 철학이 작용한다고 하지만,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그들이 부를 환원하는 방식을 보며 시민들은 우리나라 부자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더구나 국가가 나서 부자를 위한 감세조치를 취하고 있는 우리의 실정이고 보면 선진국의 진면목이 개인철학 속에 어떻게 습이 되어 나타나는지를 워렌버핏이 확실히 보여준 셈이다.

물론 일각에선 이를 두고 미국경제상황을 꿰뚫고 있는 가치투자의 대가 버핏이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는 철학보다는 미국재정적자의 원인을 직시한 것이라고도 말한다. 어느 말이 더 진정성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나, 분명한 것은 돈 있는 사람이 먼저 나서서 기부를 약속하고,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태도다.

실제 워렌버핏은 이미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한다고 약속한 바 있다. 세계 갑부인 빌게이츠 역시 자신의 재산 99%를 기부한다고 선언했다. 이런 여세를 몰아 몇 년 전 세계 갑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재산 기부서약을 하기도 했다.

먼저 실천하는 삶을 통해 부의 환원을 자신들에게 국한하지 않고 다른 부자들을 설득해 재산의 사회 환원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진국 부자들은 부자들이 존경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워렌버핏이나 빌 게이츠 같은 세계 부자들이 자선사업가는 아닐 것이다. 남보다 특별한 재능으로 얻은 부를 나눔의 형태로 사회에 환원하는 배분방식은 동시대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과 교훈을 준다. 새삼 미국이 부러운 것은 버핏 같은 부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참에 대한민국의 많은 부자들에게 주문하고 싶다. 가난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통 큰 부자가 돼라고, 가난한 사람들과의 간극을 없애는 존경받는 부자가 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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