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뇌물 재판의 공무원 방청객들
천안 뇌물 재판의 공무원 방청객들
  •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 승인 2011.08.1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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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2011년 여름. 천안은 더위가 아니라 뇌물 비리 재판으로 뜨겁다. 연일 내리는 비로 무더위 탓하기 어려운 이때.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3호 법정은 방청 열기로 후끈하다. 여기서 열리는 재판 3건에 시중 관심까지 쏠려 있다. 천안시수도사업소 하수과장 최모씨(52·구속기소)와 경찰간부 H씨(56·구속기소) 각각 4억8000만원·6300만원, L국장(60·구속기소)의 5000만원, J과장(57·불구속기소) 2000만원 등 공직자 수뢰혐의 재판이다.

지난 10일 오후 천안지원 제3호 법정에서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L국장과 함께 불구속 기소된 시청 직원 B씨(38·2400만원 수뢰 혐의)에 대한 2차 공판이 열릴 때였다. 두 사람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천안 모 건축사사무소 S대표(60)가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와 증언할 차례였다.

방청석은 만원이었다. 재판장이 공판 진행에 앞서 “웬 분들이 이렇게 많이 오셨나요? 피고인과 어떤 관계인가요?”라며 물었다. 담당 검사도 재판에 영향을 끼칠까 염려된 듯 “지역 민감 사안이니 증인 보호를 위해 비공개로 진행했으면 한다”고 재판장에게 요청했다.

방청객은 대부분 천안시 공무원이었다. L국장의 옛 부하 직원들로 구속된 L국장 근황 및 재판 내용이 궁금해서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 공무원 때문에 건축 설계 업무상 시와 관련 있는 증인이 증언하는 데 위축될까 걱정하는 듯했다. “취재기자만 남고 모두 나가달라”는 퇴정 명령이 내려졌다. 일과시간 중 ‘법정 출장’ 오기 쉽지 않았을 텐데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겸연쩍은 표정으로 법정 문을 나서는 시 사업소 간부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공무원들이 재판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뇌물 혐의가 모두 시 업무와 관련이 있는 데다 또 재판에서 많은 직원 이름들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최씨와 경찰간부 H씨 재판은 시청과 경찰서, 두 기관이 관여돼 방청객이 더 많았다. 지난달 18일 H씨 3차공판 때는 방청석이 다 차서 서 있어야 할 정도였다.

왜 이렇게 많은 방청객이 몰리는 걸까. 그 이유는 피고인 측 변호인과 검사가 증인을 신문하면서 오고 가는 대화 내용에 있다. “천안시청 6인방이 있다는데 A씨, B씨… 그리고 C씨도 포함되냐?”, “경찰 H씨가 시 직원 누구누구와 또 모 업체 상무와 많이 어울려 술자리를 함께했다는데…”(검사) “모 건설사 대표가 ‘내 돈 먹은 놈들(공무원)은 모두 (감옥에) 집어 처넣겠다’고 말했다.”(최씨) “시청 직원들이 H씨 눈치를 많이 봤다는데….(검사) 공무원 진정·투서를 다루는 부서라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한 공무원 증인)”

이처럼 재판과 관련돼 공무원 이름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업무상 혹은 친분상 거론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당사자로선 유쾌할 리 없다.

특히 증인으로 출석한 공무원은 까딱하다 위증죄로 몰릴 수도 있다. “챙기라고만 했을 뿐인데 그들은(옛 부하 직원 2명) 증인이 ‘(H씨에게) 가 보라’고 했다는데 위증한 것인가요?” 지난 8일 제3호 법정에서 검사가 증인으로 나온 시 고위간부를 다그쳤다. 그 간부는 답변을 못하고 어물쩍 넘길 수밖에 없었다. 직원이든 자신이든 누군가에게 위증죄가 적용될 판이었다.

내일(17일)은 최씨(선고)와 H씨(구형) 재판이 열린다. 3000만원 뇌물 시점을 싸고 두 사람 간 ‘진실공방’이 있을 예정이다. 오후 4시 3호법정, 시청·경찰서 방청객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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