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수암골 발길 끊겼다
청주 수암골 발길 끊겼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1.08.08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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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명소 부각… 한 때 관광객 북적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로 전국적인 명소로 각광받았던 청주 수암골이 사람의 발길이 끊긴 채 골목골목이 한적하기만 하다.

주민 운영 공예전시 판매·체험장 타격

촬영지 후광 단명… 프로젝트 발굴해야

지난해 '제빵왕 김탁구'로 전국적인 명소로 부각되며 각광을 받았던 청주 수암골이 사람의 발길이 끊긴 채 썰렁하게 변해가고 있다.

한 때 드라마 열풍에 힘입어 하루 최다 1500명의 관광객이 몰려들 정도로 명성을 날렸던 청주 수암골이지만 8일 찾은 수암골은 올라가는 입구부터 한적하다. 인근 주차장은 텅 비어 있고, 김탁구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야 했던 팔봉제과점도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드라마 영향으로 하루 3000~4000여개의 빵이 연일 매진될 만큼 인기를 누렸던 제과점이지만 현재는 전성기의 매출에 10%를 내기도 어렵다. 그런가 하면 70년대 정감이 그대로 살아 있어 인기를 끌었던 수암골 골목 역시 관광객의 그림자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하게 변해 있다.

골목에서 만난 주민은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어느 정도 관광객이 찾아왔지만 올해부터는 급격히 줄어들었다"면서 "무더위와 폭우가 이어진 요즘은 관광객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처럼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수암골의 크고 작은 각종 체험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문화상품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는 수암골 공예전시판매장이나 공예체험관으로 개조해 개인이 운영하고 있는 공방 역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젊은 층을 겨냥해 조성한 인근의 커피숍만 북적이고 있다.

한 주민은 "수암골을 관광하는 사람보다 커피숍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다"면서 "매일 사람들이 찾아오다 발길이 뚝 끊어지니 서운하지만 동네가 조용해서 좋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나마 김탁구체험 전시관만 방학을 맞아 국내외 관광객이 찾고 있는 실정이다.
김준성 담당자는 "비가 계속 오면서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체험관은 관람객이 꾸준하다"며 "일일 평균 100명이 방문하고, 주말이면 200여명 정도가 찾는다"고 말했다. 관광객도 "천안과 부산 등 외지는 물론 걸스카웃과 같은 해외방문단도 체험관을 찾아온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방학이 아니면 이 같은 방문객은 어림도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탁구 열풍'과 동시에 드라마촬영지로 관심을 받았던 청주수암골이 이처럼 관광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데는 드라마 영향권에서 멀어진 탓도 있지만 지속성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청주 수암골을 문화산업화한 전략이 다양하게 시행되던 초기와 달리 현재 수암골은 오는 관광객만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관광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선 볼거리와 먹을거리, 체험 등이 연계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한 문화계 인사는 "드라마로 뜬 지역은 사람들에게 쉽게 잊힌다. 수암골에 다시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려면 드라마와 연계한 문화산업을 전략화한 지속적인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산업이라는 거창한 구호 속에 요란했던 청주 수암골. 한산한 수암골 입구에는 20여장의 사진들이 빛바래 찢어진 채 그대로 걸려 있다. 수암골의 오늘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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