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도 과외교습이?
호주에도 과외교습이?
  • 최지연 <한국교원대 교수>
  • 승인 2011.08.0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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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교수의 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교수>

“엄마는 학교 다닐 때 과외 공부 한 적 없어?”

우리집 아이들은 학창시절 과외 교습이 전면 금지되어 학원이나 과외로 공부한 적 없다는 나의 이야기를 상상 속에서나 일어나는 일처럼 되묻곤 한다. 어떻게 그런 때가 있었느냐는 의아한 표정이다. 하지만, 어쩌랴. 나는 과외교습이 금지되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다. 물론 그때에도 몰래 숨어 과외공부를 하던 친구들이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앞자리에 앉는 친구는 숨어다니며 하던 과외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들려주곤 했었고, 또 어느 어느 집이 과외하다 단속에 걸렸느니 하는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학교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시는 수업이 공부와 배움의 유일한 통로였다.

그 시절에야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지나고 보니 꿈만 같은 시절이다. 2010년 작년 한 해 우리나라 사교육비는 총 20조 9천억원으로 2009년에 비해 소폭 감소하였다고는 하나 여전히 어마어마하게 큰 금액이니 과외 교습이 없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중 하나가 되었다.

우리나라만큼은 아니지만, 호주의 과외 시장도 계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6월 호주의 교육고용노동관계부 자료에 따르면,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에게 과외를 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자녀에게 학업에 대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어 자칫 아동 학대로 여겨질 수도 있는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호주의 과외 시장은 암암리에 1조원이 넘는 시장으로 성장하였고 계속 성장이 진행 중이며 특히 컴퓨터를 통한 과외가 일반적인데, 주로 집이나 학교에서 부족한 학교 진도를 따라 가기 위해 쓰인다고 한다. 도서관에서는 무료로 온라인 개별학습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호주의 학교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호주에서는 이런 과외 활동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공교육에 대한 불신 현상이라 여기며, 나아가 금지하는 분위기라고 하니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임을 알 수 있다.

2009년에 비해 2010년 사교육비가 경감되었다는 우리나라 교육과학기술부의 발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학원, 과외 등의 전통적인 사교육 교습 형태가 수능과의 연계가 강화된 교육방송, 컴퓨터를 통한 온라인 학습, 방과후 학교 등으로 변환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학습의 장소와 형태가 바뀐 것일 뿐 호주에서 과외 교습으로 보는 범주 안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다른 형태의 교습으로 교육격차가 해소되고 사교육의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교과부에서 강조하는 사교육 경감 수단은 다른 방식의 또 하나의 과외교습인 것이다.

정말 학교 공부만으로 부족한 것일까? 독일에서는 선행학습을 거의 금지한다고 한다. 교수자의 수업권을 보장하고, 다른 학생들의 질문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혼자 앞서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방송국의 한 다큐프로그램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7백여 명의 학생 중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 비율은 30%에 불과하며 70%의 학생은 그나마 모르는 것조차 선생님께 묻지도 못한다고 하니, 선행학습이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는커녕 질문 기회마저 박탈한 것은 아닌지 가슴이 답답하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공부라는 말이 있다. 과외 교습 없이도 공부 잘하고, 모르는 것은 기꺼이 질문하고, 질문을 통해 이해하고 성장하는 공부가 우리나라의 교실에서 살아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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