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채용‘포퓰리즘’안 된다
고졸 채용‘포퓰리즘’안 된다
  • 문종극 <편집국장> 
  • 승인 2011.07.2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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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농협을 비롯해 은행권을 중심으로 고졸사원 채용을 확대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 18개 은행은 올 하반기에 고졸 인력을 787명을 뽑는 등 앞으로 2013년까지 3년간 27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기업은행 본사를 방문해 15년 만에 처음으로 채용된 고졸 출신 신입행원들을 만나 격려한 후 은행권과 기업들의 고졸 채용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여당은 고등학교 졸업자에 대한 대기업의 고용할당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지난 23일 “우리나라의 학력 인플레가 심해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대기업의 고졸자 고용의무할당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나라당은 채용과 임금 수준 등에서 학력과 학벌을 이유로 차별하거나 기회를 제한하지 못하도록 하는 ‘학력차별금지법’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또 정부는 8월 말까지 전문계고 출신을 우대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인사운영지침 개정안을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20개 공공기관을 선정해 전문계고 출신 ‘채용 할당제’를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란다.

고교 졸업자 80% 안팎의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당연히 학력 인플레이션이 될 수밖에 없는 대학진학률이다. 이 상황에서 고졸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자리까지 대졸사원에게 맡겨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고졸들은 학력 인플레이션의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속에서 영원히 헤어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지난주에 이어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산업인력 수요는 변함없이 피라미드형임에도 배출되는 인력구조는 대졸 이상 고학력자가 많은 역피라미드 형태에서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학력이 필요하지 않은 고졸 수준의 일자리도 속절없이 대졸들에게 내줘야 하는 고졸들의 설 자리는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시기에 은행권을 비롯한 일부 기업들의 고졸사원 채용 확대는 대학진학 보다는 취업을 원하는 고졸들에게 희망을 안겨줌으로써 학벌위주의 사회를 능력위주의 사회로 바꿔나갈 수 있는 시발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졸 최종학력이 취업에 걸림돌이 안 되고 승진에서도 학력보다는 실력이 중시되는 풍토가 이 사회에 착근한다면 청년실업, 극심한 사교육 문제 등 수많은 난제들이 해결되면서 전 국민의 행복지수도 상당부분 상승하리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걱정이 앞선다. 우려가 된다. ‘고졸 채용’이 갑자기 핫이슈가 되고 있는 점이 불안하다. 그 진정성이 의심이 간다는 것이다. 일부 은행권에서 순수하게 출발한 ‘고졸 채용’이 마치 열풍처럼 번지는 낌새가 그렇다. 정부와 여당이 어찌보면 확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대안을 너무도 쉽게 내놓는 형국이 그렇게 느끼게 한다.

안 된다.

한때 인기에 영합하려는 ‘포퓰리즘’이어서는 안 된다.‘생색내기’이어서도 안 된다. 반짝정책이 돼서도 안 된다.

어떻게 시작됐든 최근의 고졸 채용붐은 모처럼 우리 시회의 많은 고질적인 병폐를 없앨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고질적인 병폐에 대한 사회적 반성이 오늘의 고졸 채용붐을 낳게 했을 수도 있다. 어찌됐든 수많은 병폐를 야기하는 망국적인 학력 인플레이션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는 틀림이 없다.

때문에 이것만큼은 ‘포퓰리즘’이나 ‘생색내기’, 또는 반짝정책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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