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
  • 정태일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 승인 2011.07.1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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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태일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지난 7월17일은 제63주년 제헌절이다. 제헌절은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헌법을 제정한 날로 지위여하를 떠나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헌법을 지킬 것을 다짐하는 날이다. 제헌절은 1949년 10월 1일 공포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의해 국경일로 정해졌으나 행정기관 주 40시간 근무제에 맞춰 2008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되어서인지 모든 법의 근간인 헌법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너무 희석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는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배웠으며, 사회지도층에 대한 법적용은 특히 일말의 관용도 없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사회지도층에 대하여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중요한 덕목으로 여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부와 권력, 명성 등을 지닌 사회지도층에게 사회에 대한 책임이나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단어로 사회지도층들이 국민의 의무를 실천하지 않는 문제를 비판하는 부정적인 의미로도 쓰인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법이란 사회지도층은 어기는 것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지키면 바보취급을 받고, 반대로 서민들에게는 법은 지키는 것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어기면 법의 엄한 처벌을 받는다. 어느 여고생이 어머니의 선처를 호소하는 편지를 쓰고, 이에 어느 판사의 고충어린 편지 답장, 즉 법은 위반하면 처벌을 받는다는 것이 당연함에도 가슴 한편이 쓰리고, 답답한 것은 왜일까?

한편, 요즘 장안의 화제로 출세를 위한 3대 스펙이란 것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3대 스펙은 위장전입, 병역미필, 탈세이다. 전부는 아니고 일부이겠지 하면서 위안하고 싶지만, 참으로 어이없게도 대한민국에서 고위 공직자들은 하나같이 공소시효가 넘긴 범법자이다.

우리는 지금 참으로 개탄스러운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는 없는 위장전입에 대해 하나같이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불가피하게 법을 위반했고, 이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한다”는 해명자료를 태연하게 제시한다. 아마도 그 이면에서 부모가 자식을 위해 법을 조금 위반했는데, 그것이 문제가 된다면 웃기는 일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에 위장전입문제로 인해 장상 총리의 국무총리임명동의안이 부결되었고, 주양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장관직을 사임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3대 스펙의 법위반 문제에 관대해지기 시작하여 현 정부 들어서는 불륜이 아닌 로맨스 정도로 여겨지게 되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준법정신이 무시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검증의 양면성을 보이는 언론도 문제이다. 과거 한국의 언론들은 공직자의 범법행위에 대하여 국가의 근본을 위협할 수 있다고 문제를 삼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비록 일부 언론이지만 “능력이나 전문성 규명이 더 중요하다”느니, “위장전입 하나 때문에 일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득이 된다고 볼 수 없다”느니 한다.

우리는 작년에 이명박 대통령이 외친 ‘공정한 사회’를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만약에 범법자가 고위공직자가 되는 사회라면 대통령이 언급한 ‘공정한 사회’는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권의 도덕성과 준법의지에 대한 반감만 키울 수 있다. 우리는 법이 지위여하를 막론하고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는 진리를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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