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생 호화 변호인단 논란은 사법부 탓
고대생 호화 변호인단 논란은 사법부 탓
  • 이재경 부국장<천안>
  • 승인 2011.07.1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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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신기남 전 국회의원(17대·민주당)이 지난주 난데없이 트위터에 등장해 몰매를 맞았다. 고대생 집단 성추행 사건의 변호인단에 그의 이름이 올려졌다는 이유다. 일부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 물의를 일으킨 학생들의 '수호천사'로 나섰다는 이유로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그가 즉시 해명하고 사임계를 제출했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그가 예전에 성 상납을 받고 치부를 했던 악덕 사이비 교주를 변호한 전력까지 들먹이며 상당기간 여론의 도마에 올렸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억울할 만하다. 자신이 소속된 법무법인에서 아는 후배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거다. 해명서에서 그는 '친분이 있던 한 변호사가 공인인 자신의 명의를 이용해 사건 수임에 이득을 보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고대생 성추행 사건은 대학에서 학생들의 소속감 고취와 친목도모를 위해 자주 하는 MT(Membership Training)에서 비롯됐다. 고대 의대생들이 경기 가평의 한 계곡에 놀러갔다가 민박집에 머물게 됐는데 3명의 학생이 동기생 여학생을 집단으로 성추행한 것이다. 그냥 술을 먹고 실수한 정도가 아니라서 파장이 컸다. 술에 만취한 여학생을 밤새 가슴 등 신체를 만지고 벗은 몸을 23차례나 휴대전화와 디지털카메라로 촬영까지 했다.

명문대 학생들의 일탈이라서 더욱 사회적 반향이 컸다. 학교 내부에서도 학생들을 출교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들은 결국 지난 10일 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또다시 여론이 들썩이고 있다. 3명의 학생이 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했다는 뉴스가 지면에 올랐다. 국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 로펌들이 가세했다. 구속된 세 명 가운데 두 명은 변호사 수가 60명에 이르는 로펌에 변호를 맡겼다. 나머지 한 명인 B군은 무려 7명을 선임했다. 대형 로펌 2곳에서 5명, 개인 변호사가 2명이 그를 지원하게 된다. 그럼 이들의 수임료는 얼마일까. 변호사업계에 따르면 로펌의 경우 개인 형사사건 수임료가 보통 1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물론 의뢰인이 요구하는 수준의 결과가 나왔을 경우 몇 배 이상의 성공보수는 별도다. 3명 학생이 1심 재판에만 각각 최소 억대 이상, B군은 수억대의 변호사 비용이 예상된다. 반값 등록금에 목을 매는 동시대 대학생들로선 꿈도 꾸지 못할 비용이다.

그럼 호화 변호인단이 변론하게 되면 재판 결과가 달라질까. 만약 학생들이(사실은 그들의 부모가) 돈이 없어서 국선 변호인을 선택했다면 재판부가 더 불리한 판결을 내릴까. 물론 대형 로펌의 똑똑한 변호사가 법리 공방에서 일반 변호사보다 나을 수는 있다.

호화 변호인단을 꾸렸다는 것, 사회적 지탄을 받은 사건 피의자의 변호를 맡았다는 것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실제 변호사 윤리장전은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사건의 내용이 사회적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로 수임을 거절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호화 변호인단 논란의 책임을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사법부에 돌리고 싶다. 늘 보아왔고 실재했던 유전무죄, 무전유죄. 돈이 많은 의뢰인이 사법부 인맥을 꽉 잡은 검찰총장이나 대법관 출신의 중량급 변호사를 선임하면 형량이 크게 감경된다는 그릇된(?) 인식. 향후 1심 재판부의 판결이 어떻게 내려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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