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돌이 박힌 돌
굴러온 돌이 박힌 돌
  • 소천 홍현옥 <시인>
  • 승인 2011.07.1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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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소천 홍현옥 <시인>

인생을 살다보면 위치 선정을 잘해야 할 때가 있다. 인생길엔 자신의 위치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느끼며 살 때가 여러 번 있다. 자신의 길을 모르고 한참을 가다 되돌아보니 지름길을 두고 돌아가는가 하면, 쉽게 해결할 일을 혼자 어렵게 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물론 세상을 다 알고 살 수는 없다. 살면서 배우고 익혀가며 사는 게 우리네 삶인 것도 하나의 살아가는 방법일 수 있다. 속담 중에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말이 있다.

왜 박힌 돌이 굴러온 돌에게서 빼임을 당하는 것일까. 흔히들 자신의 위치가 불안하면 위치의 선정이 잘못된 건 생각지 않고, 상대방을 업신여기듯 하는 말이 어떤 푸념처럼 들릴 때가 있다.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 했던 말이고, 들어봤던 말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회생활은 굴러온 돌이나 박힌 돌도, 위치 선정을 잘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굴러온 돌에게 자신의 위치를 내줘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박힌 돌은 뿌리를 깊게 박아 놓을 필요가 있고, 굴러온 돌은 박힌 돌보다 더 굳건하게 박히기 위해선 자신의 위치 선정을 현명하게 해서 단단히 새로운 자리에 박힘의 뿌리를 깊게 내려야 한다.

자신의 현 위치에 만족하지 말고, 자기 개발에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 직장인들의 현실은 평생직장 개념이 없는 현 사회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현실일 것이다. 입사한 후배가 나보다 나은 박사 학위 소유자란 걸 알고,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어느 직장인의 하소연을 생각해 본다. 자신도 일류대학을 졸업한 재원이라고 자부하며 근무 중이라지만, 석사학위 소유자인 자신의 모습이 때론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다고 한다.

사회 초년병이지만, 자기보다 언어의 소통도 몇 개국으로 넓고, 함께 근무를 하면서도 늘 불안한 마음을 버릴 수가 없다고 해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런 얘길 한 적이 생각난다.

"움츠려 들지 말게. 석·박사의 차이가 어떻게 날지는 몰라도, 중요한 건 자신의 현 위치를 단단히 지키는 것일세. 누가 뭐라든 할 일을 철저히 하고 주위를 단단히 묶어 둔다면 흔들릴 일이 없는 것일세. 마음이 불안하면 흔들리게 마련이니, 자네의 위치 선정이 잘되었다고 생각이 들거들랑 그 자리를 양보하지 말고 지키게. 그게 세상을 단단히 살아가는 방법이라네. 그런데 한 가지 양보 할 게 있다네. 자네보다 일 잘하고 잘나 보이거든 자네가 자기 개발에 더 노력을 해 보게. 스스로 최선의 노력과 개발을 하다 보면, 어느 한 구석에 자네보다 더 강한 잠재의식이 있다는 걸 찾아낼 수 있다네. 그걸 무기로 자네 현 위치에 확고한 자네 중심의 뿌리를 내려 보게. 그러면 굴러온 돌이 수백 개 와도 끄떡없을 것일세. 그때는 굴러온 돌도 생각할 거야. 이 돌은 너무 깊게 박혀서 인정을 하고 살아야 한다고 한걸음 물러날 걸세."하고 다독거려 준 생각이 난다.

남의 이야기지만 내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글을 쓰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나를 떠나지 못한다. 글을 써서 세상의 바다에 내어 놓다 보면 단단히 쓴 것 같은데도 여러 가지 형태의 혹평, 비평, 격려, 아쉬움이 난무하게 마련이다. 격려도 많지만 들어볼 게 없더란 혹평도 나오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혹평을 견디지 못한다면 스스로도 성숙한 위치에 설 수 없다는 걸 안다. 새로운 위치의 선정도 중요하지만, 현 위치가 더 중요하다. 현 위치의 가치를 귀히 생각하고, 내 위치를 단단히 뿌리내려 빼임을 당하지 않는 귀한 존재로 남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생각에서 행동까지. 그런 것들을 행동으로 옮겨 현 위치의 가치를 누리고 살 때 우리 사회는 박힌 돌이 굴러온 돌에게 빼임을 당하지 않고 살아 갈 수 있다.

박힌 돌의 빼임은 나보다 나은 후배를 곁에 세워야 할 때, 기력이 다해 내 사업의 후계자를 물색할 때, 내가 맡고 있는 현 위치보다 좋은 위치의 선택이 낫다는 생각이 들 때, 그때는 스스로 빼어서 나오는 현명한 삶을 살아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무심히 내리는 여름 소나기조차 자연에 순응하는 한 조각인 것처럼 내 위치에서 소중한 하루를 사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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