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도덕불감증이 국가를 망하게 해서야
공직자 도덕불감증이 국가를 망하게 해서야
  • 정태일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1.06.2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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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태일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리는 국가가 망하게 되는 지름길 중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으뜸으로 본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당장 망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각양각색의 공직자 비리가 시급을 다투면서 터지고 있다. 이에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감에 빠졌다. 국민들은 대부분의 공직자가 최소한의 양심도, 가책도 없다고 질책하는 동시에 세상을 올바르게 사는 확실한 방법은 비리를 저지르고 사는 것으로 착각한다.

사실 공직자의 부정부패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동시에 도덕적인 무감각을 초래한다. 이에 정부는 공직자를 통제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만드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최근에 공직자의 비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혹시 이명박 정부 들어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통제할 수 있는 국가청렴위원회가 국민권익위원회에 통합되어 그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은 아닐까 반문해 본다. 공직자의 부정부패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를 없애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 일인지 의심스럽다. 이는 참으로 괴이한 일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특히, 법조계의 비리가 심각하다. 법조 분야의 비리는 전관예우에서 비롯된 변호사와 판검사 간의 비리에서 시작했다. 2009년에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스폰서 의혹, 2010년에 건설업계의 스폰서 검사 사건, 2011년에 저축은행 사태에서 공직자 연루설 등이 이를 대변한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금액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똑같은 도둑'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는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작은 비리를 저지르면 재수 없이 걸렸다고 생각해 '세상에 깨끗한 사람이 어디 있어.' 한다. 여기에 동정심이 많은 우리 국민들은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너무 쉽게 잊고, 너무 쉽게 용서를 한다.

우리는 유럽의 그리스가 겪고 있는 재정위기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리스가 재정위기를 겪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인을 포함한 소위 사회적 지도층들의 도덕적 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스의 사태가 한국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한국도 사회지도층의 비리라면 세계에서 으뜸이다.

조선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경국대전'에는 공직자가 부정부패를 할 경우에 얼마나 가혹하게 처벌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호전(好戰)에는 세무비리를 저지른 관리의 재산 몰수에 관한 규정이 있다. 즉, 백성들이 세금으로 내는 쌀이나 곡식 등을 받아 중간에 가로 챈 관리는 사형에 처하고 그의 아내와 자식에게 재산이 있으면 강제로 받아낼 수 있게 했다. 실제로 성종 24년, 세금으로 거둔 면포와 종이를 빼돌린 하양 사또 김지는 사형에 처해지고 재산은 몰수당했다. 또한 형전(刑典)에는분경금지법(奔競禁止法)에 관한 규정이 있다. 분경(奔競)이란 분주히 쫓아다니며 이익을 다툰다는 말로, 형전의 금제(禁制)조항에 '상급 관리의 집을 방문하여 엽관(獵官)을 하는 자는 장 100대, 유배 3000리에 처한다'고 두어 권문세가에 드나들면서 정치적 로비를 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였으나 실제로는 왕족에 의해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보다 좋은 미래를 만든다. 국가의 흥망성쇠에 공직자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조선말 선비 황현이 말한 것을 보면 안다. "왕실이 벼슬을 팔아 타락하면서 조선왕조는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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