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비상, 허리 휘는 서민들
물가비상, 허리 휘는 서민들
  •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 승인 2011.06.2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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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요즘 물가변동을 살펴보면 요상하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1만원대를 육박하던 배추 한 포기가 최근에는 500원 1000원에 거래되는가 하면, 성난 농심에 아예 갈아엎는 배추밭이 속출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현지에서 배송되는 농산물 가격은 폭락을 하는데 가공식품은 오르는 이상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누적된 물량소비와 부대비용을 인상 요인으로 꼽지만 경제 상식이 안 통하니 알쏭달쏭하다.

그런가 하면 삼겹살 가격은 천정부지다. 구제역으로 인해 소비와 유통에 부하가 걸리더니 돼지고기 가격의 상승곡선이 좀처럼 멈출 기미가 없다. 한 근에 만원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민들이 싸고 맛있게 먹자는 의미에서 통용되던 돼지고기집도 옛말이다. 웬만큼 지갑을 채우지 않고는 맘 편히 먹을 수가 없게 되었다. 안 먹으면 그만이라지만 길들여진 식습관에 비싸도 찾게 되는 곳이 삼겹살 집이다.

 2000원대의 기름값도 이젠 익숙해졌다. 고유가 시대를 운운하며 떠들썩했던 것도 잠시, 자동차 이용에 제동이 걸리나 싶더니 다시 원점이다. 일부에선 요일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현대인들에게 필수품이 되어버린 자동차이기에 쉽게 핸들을 놓을 수 없다.

이런 저런 이유로 1년 사이 생활과 밀접한 소비품 가격이 급등했다. 눈에 띄게 오른 품목부터 시작해 은근 슬쩍 오른 생필품까지 가정경제를 쥐어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슈퍼 가기도 겁난다는 주부들의 말이 체감경제를 대신해 준다.

지난해 연말부터 모든 분야를 압박해 온 경제 문제가 가정이나 직장이나 사회에 신바람을 불러 오지 못한 채 시름만 안겨주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지금도 서민들의 주머니가 팍팍한데 하반기에는 더 심각해질 거란 소식이다. 국제유가가 하락 기미를 보이고 있다지만 원유가 상승으로 인한 압박은 하반기 물가 관리에 비상을 걸며 줄줄이 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공공요금 제자리로 물가인상 폭을 조절해 온 정부는 전기료와 도시가스, 우편료, 열차료, 시외·고속버스 요금, 도로통행료, 국제항공요금, 수도, 방송수신료 등의 인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유사들의 기름값 100원 인하가 7월 6일자로 종료된다는 점도 하반기 물가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물가 인상 예고에 삼삼오오 모이면 경제문제로 한걱정이다. 옛날보다 풍요로워진 것 같은데 자세히 뜯어보면 오히려 더 강퍅해졌다고 말한다. 심리적 위축이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맞물려 조급하게 일자리 찾기에 내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쓸 돈은 자꾸 늘어나는데 주머니는 한없이 가벼워지니 그럴 만도 하다. 그렇다고 당장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보면 물가비상에 대처하는 소비습관을 기르는 것이 더 현명하단 생각이다. 적게쓰고, 아껴쓰고, 다시쓰고, 나눠쓰는 지혜말이다.

최근 일본 주부들 사이에선 덩굴식물 기르기가 유행이라고 한다. 관상용이 아니라 더운 여름을 대비해 햇빛 차단을 위해서란다. 원전 사고후 부족한 전기와 비싼 전기료를 대신하기 위한 가정 내 묘안이다. 절전제품 사용은 물론이고 시원한 의류 장만도 실천 사항 중 하나라고 한다. 대형참사를 겪고도 침착하게 미래를 대비하는 일본인의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을 보며 너나없이 경제 위기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실천의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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