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탐욕의 끝…
대학, 탐욕의 끝…
  • 이재경 부국장<천안>
  • 승인 2011.06.2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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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지금이야 거의 사라졌지만 오래전 하숙비를 쌀로 내도 되던 때가 있었다. 주로 시골서 도시로 자녀를 유학(留學) 보낸 부모들이 그랬는데 1970년대까지 전국 평균 한 달 하숙비가 쌀 7말 안팎이었다. 쌀 1말이 8kg이니 지금 시중에 판매되는 20kg짜리 쌀 3포를 내면 하숙생들이 한 달을 먹고 잘 수 있었다. 지금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한 달 하숙비가 12만원 정도 했던 셈이다. (20kg 들이 한 포 4만원으로 계산)

그럼 지금 하숙비는 얼마일까. 서울 기준으로 밥 세 끼 먹고 내야 하는 보통 수준의 하숙비는 50만원 정도. 쌀값으로 따지면 지금 쌀 한 가마(80kg) 값이 16만원 정도이니 하숙비가 30여 년 전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오른 셈이다. 심지어 어떤 집은 학생들이 밥값 떼먹고 도주할까 봐 수백만원씩의 보증금까지 받는 곳도 있다.

끼니를 거르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라 한다. 옛 식생활 패턴이 요즘 세대 들어 달라졌다고 하지만 돈이 없어서 그렇다면 심각한 문제다.

실제 모 대학의 연전 설문조사에서 하루 2끼 이상을 챙겨 먹는다고 응답한 학생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신학기 때 서울 한 여대생의 눈물겨운 고학기(苦學記)가 지면에 오른 적이 있었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달 식대로 10만원을 쓴다고 고백했다. 5000원짜리 밥으로 따지면 20끼밖에 안 되는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세부 지출 명세를 들여다보니 심각했다. 방울토마토와 바나나, 시리얼 등이 주식이었다.

한 달에 60만원 가지고 숙식비와 용돈을 해결한다는 그의 지출 내역을 보면 숙박비(고시원)가 33만원, 식대 10만원, 휴대폰 요금 5만원, 교통비 2만원 등이 전부다. 친구와 한 편에 9000원짜리 영화를 보러가는 건 꿈도 꾸지 못한다. 아픈 것도 사치다. 병원비가 아깝기 때문이다. 그는 한 달 60시간 이상의 아르바이트로 30만원을 벌어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었다.

반값 등록금이 2011년 국민적 화두가 된 가운데 해결 방식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여야가 유일하게 한목소리를 내는 게 있다. 바로 대학들의 구조조정이다.

자산 전입금은 전혀 부담하지 않고 등록금만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우리 대학들의 비도덕성은 예상외로 심각하다. 등록금으로 땅 사고 건물 짓고, 교수와 교직원들 연봉을 대폭 올려주면서도 정작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지원에는 인색했다.

최근 돈을 수백억 쌓아놓고도 민간자본으로 기숙사를 지어 학생들에게 턱없이 많은 부담을 안겨준 한 지방 대학이 비난을 받고 있다. 이 대학의 종전 기숙사비는 한 달 10만여원이었는데 올해 새로 지은 기숙사 사용료를 3배나 많은 월 28만원으로 책정했다. 비슷한 또 다른 대학은 역시 월 30만원의 기숙사비를 받으면서, 하루 한 끼밖에 주지 않는 월간 식대를 20만 원씩이나 받아 원성을 샀다.

이런 상황에서 교직원들은 치솟은 연봉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표정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웬만한 사립대 10년차 교직원 연봉이 5000만원 선이라는데 정년은 물론, 정시 출퇴근이 보장되고 학생들과 같이 방학도 누린다. 얼마 전 서강대 교직원 공채 시험 경쟁률이 500대 1이나 됐고, MBA 출신의 인재까지 응시했다는 뉴스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방울토마토와 시리얼로 끼니를 때우는 고학생과 고통을 나누려 하지 않는 대학들, 학생들에게 기숙사 한 끼 식사를 7000원이나 받는 대학들. 탐욕의 끝은 과연 어디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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