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nder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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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1.06.2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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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교수의 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EBS의 지식채널e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여러 장의 사진 슬라이드에 생각해 볼만한 주제를 담아 5분 이내의 짧은 영상으로 편성한 프로그램으로 알파벳 e가 들어가는 주제들 education, knowledge, literature(사실, 영어 단어에는 e가 들어가는 단어가 참 많으니, 거의 모든 주제를 다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등을 다룬다.

지난 5월 ‘공부 못하는 나라’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려고 한다.

이 나라는 ‘공부 못하는 나라’이다. 세계 경제 5위의 대국인 이 나라는 OECD 국가의 학업 성취도 평가인 PISA에서 늘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우리가 세계 1, 2위를 다투는 읽기와 수학의 경우, 이 나라에서는 알파벳 좀 익히고 몇 개의 단어를 공부하는 데 1년, 1~20의 수를 알고 덧셈과 뺄셈을 반복하는 데 1년 등 속도와 효율성, 경쟁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에 자전거와 수영 인명 구조 자격은 반드시 갖추도록 할 만큼 안전과 여가를 강조한다.

왜? 교육은 행복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이 나라 사람들은 답한다. 이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 바로 독일이다.

독일은 행복한 공부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거부하지 않는다. 독일의 작센(Sachen)주에서는 아동의 창의력 향상을 위해 문화, 체육 기관과 협력해 문화지원 프로젝트인 ‘문화 공간-창의적 조기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독일의 이런 시도는 창의력을 신장할 것이며, 신장된 창의력은 아동의 표현력, 성찰력, 비판적 사고 능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즉, 국가를 위한 창의력도 아니요, 학교를 위한 창의력도 아닌, 아동 개개인의 삶과 표현, 자신에 대한 반성과 가치관, 성장과 성숙을 위한 창의력을 강조하는 것이다.

내년부터 전국 모든 초·중·고교에서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실시된다. 올 2학기에는 시·도교육청별로 여건이 갖춰진 초등학교와 중학교 10% 정도에서 전면 주5일 수업제를 시범 운영한다고 하니 우리나라에도 주5일 수업이 시작된다는 것이 실감난다. 주5일 수업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에서부터 신중 적용론까지 의견이 분분한 모양이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가족과 함께하는 창의적인 체험을 늘리고, 교실의 한계를 넘어 넓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BBC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노팅엄대학 부속 샘워스 아카데미에는 학생들의 상상력과 놀라운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사물과 박제로 가득 찬 방(Wonder Room)이 있다고 한다. 이 방에서는 1950년대 전화기나 옛날 라디오, 그리고 오래된 타자기 등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다. 샘워스 아카데미는, 신설학교이지만 학생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오래된 사물을 비치하고 이를 직접 만져보고 사용하게 함으로써 창의력의 기반이 되는 호기심과 탐구 정신을 고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옛 고전에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견이 불여일습(百見不如一習)’이라는 말처럼 직접 듣고, 보고, 만지는 기회를 통해 학생들에게 공부를 향한 문을 열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 입시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한 독서, 체험, 봉사가 학부모와 학생들의 눈을 흐리고 있는 요즘, 창의력보다는 경쟁이, 성실한 공부가 아닌 빠른 공부가 대접받는다. 이런 때일수록 학생 개개인의 삶의 성숙과 발전을 위해 ‘공부 못하는’ 또는 ‘다른 종류의 공부를 위한’ 일견(一見)과 일습(一習)을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

주5일제 수업의 전면 적용을 앞두고 시험 삼아, 마침 놀토인 돌아오는 주말에는 한국교원대학교의 교육박물관에 가서 일견하고 일습하면 좋지 않을까? 옛날 교과서, 교실의 흑판, 난로 위의 도시락까지 엄마의 학창 시절을 직접 보고, 듣고, 또 만져볼 수도 있다고 하니, 샘워스 아카데미의 Wonder Room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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