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의 처신
공인의 처신
  • 한인섭 <사회부장>
  • 승인 2011.06.20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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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최근 충북 지역사회에서 벌어진 김준호 서원대 총장과 강태재 전 충북문화재단 이사장 사퇴 건은 '부적절한 처신과 도덕적 하자'라는 수위가 어디까지인지, 당사자들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곱씹게 한다.

김 총장 사례는 공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하자이고, 강 전 대표의 경우 과거 전력이 문제였다. 반면 일반인들은 아주 중대한 사안이라 여기는데 당사자는 "시간이 약이려니." 하는 모양인지 세간의 눈과 기억에서 벗어나려는 인상을 주는 지방의원도 있어 공인의 처신을 새삼 생각케 한다.

김준호 서원대 총장 사건은 교수 채용과 관련해 본의 아니게 금품을 받았다 되돌려준 사건이다. 알려진 바대로라면 김 총장은 교수 임용 희망자의 지도교수가 집무실에 두고 간 현금 500만원이 화근이 됐다. 김 총장은 집무실에 있던 돈을 확인한 후 곧바로 돌려줬다는 것이고, 사건 관련자는 교수채용이 수포로 돌아가 내용증명을 보내 따졌더니 되돌려줬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교수회 측이 검찰 고발 입장을 밝혀 돈을 건넨 시점과 되돌려준 시점, 받을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 등이 가려질 것이다.

이 대학 교수회 소속 일부 교수들의 입장처럼 고발도 가능한 일이고, 다른 시각에서 보면 정상 참작의 여지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는 언론에 노출된 직후 '사퇴'를 택했다. 내부 전산망에 "금품수수 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나, 논란을 피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자진사퇴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적어도 그는 앉을 자리, 설 자리는 구분했다. 학원 내부의 정치적 구조나 평생 교수직을 지낸 점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욕심이 없었고, 버틸 줄 몰랐겠는가.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직을 사퇴한 강태재씨의 경우도 그렇다. 아다시피 이사장직 임용 조건이 학력과 별개였다. 그렇지만, 상공회의소 입사와 재직 기간 사용한 학력이 허위라는 점이 밝혀져 사퇴했다. 허위 학력 기재 또는 사용에 대한 일반의 잣대가 엄격하고, 시민단체 대표를 지낸 경력에 비춰 허용되기 어려웠다. 문화재단이 갖는 위상이나, 대표이사직을 유지했을 경우 초래될 문화계 갈등·반목도 우려돼 사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밀도살 병든 소 해장국 사용' 사건의 중심에 놓여 있는 김성규 청주시의회 의원의 경우를 보자. 두 사건과 함께 저울에 달아 경중을 따지긴 쉽지 않다.

그러나 지역관가나 일반의 인식 모두 부정적 측면에서 두 사건에 비할 바 못 된다는 게 공통적 인식일 것이다. 단발성 금품수수 연루 사건이나, 과거 학력을 속인 도덕적 하자 못지않게 '먹을거리'로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을 장기간 농락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취급할 일이 아니다. 본인이 '사업자'가 아니라 가족에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해명을 했지만, 받아들일 이들이 많지 않아 보인다. 남은 임기 동안 시민을 대표해 시정을 감시·견제하고, 예산을 심의하는 권한을 과연 행사할 수 있겠나.

파문이 잠잠해지긴 했다. 김 의원 역시 20일 열린 시의회 임시회에 이런 점을 고려한 탓인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마냥 버틸 경우 기초의원 역할도 어렵고, 일궈놓은 사업도 모두 잃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여론'은 혀를 차고 있다. 야당의 주장대로 유권자 지지로 어렵사리 얻은 기초의원직을 사퇴하는 일은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마냥 버티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 되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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