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과 그린피스의 한반도 반핵 시위
日 대지진과 그린피스의 한반도 반핵 시위
  •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 승인 2011.06.1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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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지난 19일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지 100일째 날이다. 2011년 3월 일본 대지진 여파로 이어진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일본은 물론 전 세계에 원전에 대한 공포감을 안겨 주었다. 그야말로 전 세계가 일시 원전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원전에 대한 경각심은 차츰 잊히는 듯했다. 하나, 일본이 원전 복구에 나서며 재가동을 준비하자, 일본 내에선 다시 원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재가동 시 균열된 원전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방사선 오염에 극도로 긴장한 모습이다.

부모들은 자녀의 외출을 삼가는가 하면, 수입 식품으로 대체해 먹을거리를 해결한다고 한다. 일찌감치 방학 동안 외국으로 피난처를 마련한 이들도 있다 하니, 방사선 오염에 대한 우려는 공포에 가깝다.

여기에 원전으로부터 50km 떨어진 후쿠시마 주변에서 이유없이 코피를 쏟아내는 아이들이 발생하는 등 방사능 재앙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원전 공포가 확산되자 도쿄와 요코하마, 히로시마 등지에선 원전 건설과 가동 중단 등을 요구하며 원전 폐기 주장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더 이상 공포감 속에서 살 수 없다는 시위다. 이들의 원전 폐기 요구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최선의 선택을 부르짖는 절규로 들린다.

그럼에도 일본이 원전 가동에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체 에너지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원전 가동을 중단할 경우 턱없이 부족한 에너지원에다 물가 급등으로 이어질 난제를 해결할 대안이 뾰족하지 않다는 게 일본정부의 고민이다. 결국 최첨단 기술의 꽃이었던 원전기술이 에너지원이라는 현대문명에 발목을 잡힌 꼴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원전으로 대부분의 에너지를 충원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결코 일본의 사례를 귓등으로 듣고 넘길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원전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이 어디쯤인지를 보여주는 일이 지난 18일 벌어졌다. 다국적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Green Peace)와 국내 환경단체가 경주 월성원전이 있는 바다에서 시위를 벌였다. 다름 아닌 원전 때문이다.

이들은 우리나라 원전 1호기인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 반대와 핵없는 한국을 요구했다. 어느 나라에서도 수명이 다된 원전을 연장 사용한 사례가 없었다며 안전을 문제로 월성 1호기 폐쇄를 촉구한 것이다. 남의 일에 감 놔라 대추 놔라 생각할 수 있지만, 유통기한이 다 지난 위험천만한 원전을 다시 사용하겠다는 발상이 더 위협적이다.

물론 원전의 가동이 전면 중단될 경우 우리 생활에 많은 불편을 초래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불편을 감수하고 상생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 것도 우리의 미래다.

그런 면에서 독일이 오는 2022년까지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겠다는 선언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독일은 국내 생산전력의 23%를 원전에서 얻고 있는 상황을 본다면 쉬운 결정이 아니었으리라. 강한 내부 저항도 예상되고 있지만 국민 안전에 우선하는 그들의 정치적 결정에서 강국다운 면모를 느낀다.

넓었던 세계가 지구촌으로 엮여지면서 생명고리도 더 깊은 상관관계로 맺어지고 있다. 일본의 원전 사고나 우리나라 원전 수명연장에 세계가 민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원전이나 환경문제 등이 남의 일이 아닌 이상 지구촌 상생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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