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은 어디에 있는가
이웃은 어디에 있는가
  • 권혁두 국장<영동>
  • 승인 2011.06.13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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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영동>

유성기업 영동공장은 주방기구 제조업체인 에넥스 영동공장과 함께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쌍두마차다. 고용인력이 각각 300명, 286명(영동군 자료)으로 세 번째인 동성금속(170명)과 격차를 두고 수위를 다툰다. 지방 소도시 산업계의 초라한 주소를 반증하는 수치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들 공장이 문을 닫아 실업자가 양산될 경우 지역경제는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유성기업 사태의 여파가 영동지역 상권에 미치기 시작하면서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사태의 책임을 묻는 감정의 과녁에는 노조만 들어 있는 것 같다. 직장폐쇄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을 초래한 주체는 사용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비판의 칼날은 노조로만 향해 있고, 사용자의 책임을 묻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근로자들은 절박감을 호소하지만, 지역에선 '배부른 투정'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참에 버릇을 고쳐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니 이 공장 노동자들이 평소 처신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주민들의 소신에까지 개입할 생각은 없지만, 그들의 판단과 결론에 그릇된 정보들이 적잖게 작용한 사실만큼은 지적하고 싶다. 온전한 근거없이 제기되는 비판은 감정의 골만 넓힐 뿐이기 때문이다.

유성기업 노조의 요구는 주야간 맞교대 근무를 주간 2교대로 바꾸자는 것이다. 주간 2교대를 하더라도 자정까지 야간근무는 불가피하다. 다만 자정이후 새벽시간대 근무만큼은 없애자는 것이다. 회사도 지난 2009년에 2011년 시행을 목표로 협의해 나가자고 노조와 약속한 바 있다. 이 약속이 이행됐으면 파업도 직장폐쇄도 없었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진행돼 온 노사협상은 평행선을 그었고, 노동위원회 중재도 불발되면서 사단이 벌어졌다.

1년의 절반을 밤에 일하고 낮에 잠자는 비정상적 일상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이 근무형태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심야작업이 수명을 단축하고, 생산성도 떨어트린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근무시간 감소로 생산량 저하가 초래된다는 점이다. 인력확충과 임금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사측의 입장과 노동강도를 높여 생산량을 맞출 테니 회사도 양보해 임금은 보전해 달라는 노측의 요구가 상충하는 지점이다.

유성기업 노사도 이 대목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쉽게 합의점에 도달할 문제가 아닌 만큼 노조의 파업은 성급했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노조가 파업을 결정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직장폐쇄로 응수한 회사측의 결정은 신중했는지도 따져야 하는 것 아닌가. 노사가 주간2교대 전환을 약속했다면 실행을 위한 주도적 역할은 칼자루를 쥔 회사측이 해야 한다. 비판이 균형을 맞추려면 그동안 회사측은 이 약속 이행을 위해 얼마나 준비를 해 왔고, 근무시간 조정시 발생할 비용을 노동자와 함께 부담하려는 노력은 얼마나 해 왔는지도 지적했어야 한다.

아예 노조의 전체 쟁의 과정을 불법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5개월간 사측과 협상을 진행하고 노동위원회 조정과정도 거쳤던 만큼, 노조의 파업 결의는 하자가 없다. 아산 사업장 점거가 불법으로 간주되지만, 과정에서 회사가 고용한 용역직원이 노조원들에게 차를 몰고 돌진해 8명에게 부상을 입히는 등 노조를 자극한 변수도 고려돼야 한다.

대통령까지 언급했던 유성기업 근로자의 평균 연봉 7000만원은 과장된 수치로 드러났다. 9년차 근로자의 연봉이 공제할 세금을 포함해 4300만원 정도라니 군내 다른 직종과 비교해 후한 편이긴 하다. 그러나 주야간 맞교대로 하루 10시간 근무하고, 심야 특근에 휴일의 절반을 일하는 근무강도가 반영된 임금이다.

설령 외침이 거슬리고 구호가 공감을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들은 엄연한 이웃이다. 비판을 가하더라도 온정을 담자는 얘기다. 이웃이 일상적인 밤샘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찾겠다는 시도까지도 부정하면서 공동체를 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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