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앞에 장사가 돼라
돈 앞에 장사가 돼라
  •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 승인 2011.06.12 22: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강의실에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물었다. "은행의 현금자동인출기에서 10만원을 빼내는데 기계 잘못으로 15만원이 나왔다면 어떻게 하겠냐?" 두 가지 대답이 나왔다. "은행 직원에게 돌려주겠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돈 5만원 때문에 양심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냥 갖겠다"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한 학생이 교수에게 되물었다. "교수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교수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 같으면 한 번 더 해보겠다."

교수의 대답이 평범한 사람들의 속마음일 것이다. 돈은 사람의 욕심을 부른다. 그러나 돈 욕심은 화(禍)를 부를 때가 많다.

지난 8일 천안시청 모 사무관이 수뢰 혐의로 또 검찰 조사를 받았다. 도시과장 시절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도록 지구단위변경 승인해 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다. 4, 5월에 이어 검찰 조사를 받은 세 번째 사무관이다. 4월 말 한 사무관이 수도사업소 하수과장 때 BTL하수관거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업자로부터 4억8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고, 이와 관련 5월엔 시 핵심부서 과장(사무관)이 체포됐다.

천안시는 매달 사무관 한 명씩 수뢰사건에 연루돼 검사 앞에 서는 수모를 겪고 있다. 게다가 최근 모 건축설계사 대표가 아파트 시행사로부터 "인·허가 공무원에게 전달하겠다"며 1억원을 받아 챙긴 게 발각돼 불똥이 어디로 또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2000년대 들어 천안시청 공무원 수뢰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어떤 이는 천안시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아파트·공공시설 등 대형 공사가 많아졌기 때문에 뇌물이 끼어들 여지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이다. 수뢰 적발이 많은 것은 공무원의 도덕적 의지는 예전과 같은데, 돈의 유혹이 더 많고 강해진 탓일까. "돈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맞다는 건가.

경험주의 철학으로 유명한 베이컨(1561~1626)은 영국 대법관까지 올라갔지만 뇌물수수 등 20여 건의 부패 혐의로 의회 탄핵을 받고 추락했다. 법관으로서 소송 당사자들에게서 공공연히 뇌물을 받아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그의 심한 낭비벽이 수뢰를 불렀다. 그때나 지금이나 공무원의 보수가 낭비하면서 살 정도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우리나라 국무총리 연봉이 1억3884만원, 장관급 1억209만원, 차관급 및 광역지자체장은 9915만원이니 시 직원들 연봉 수준은 미뤄 짐작할 만하다. 돈 많이 벌어 호화·사치 부리려고 공무원이 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무원은 요즘 많은 이의 부러움을 사는 직업이다. 정년(60세)이 보장되고 퇴직 후 여생 동안 연금이 지급된다. 돈에 초연해질 만하다. 그렇다고 모든 공무원이 조선시대 청백리가 되길 원하는 건 아니다. 맹사성처럼 집이 비가 샐 정도로 궁색을 떨 필요는 없다.

이건희 삼성회장도 9일 이례적으로 그룹 내 부정부패 척결을 들고 나섰다. 애플에 단번에 뒤처지는 등 삼성이 핵심역량에 있어 세계적 추세를 따라잡고 있지 못하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감사조직을 대폭 강화하고 부정부패 연루자는 강도 높게 처벌하려고 한다.

천안시가 대도시로 비약하려면 공무원이 굳건히 서야 한다. 시청이 뇌물이 '먹히는' 호락호락한 조직이 돼선 안 된다. 강력한 감사시스템을 다시 짜야 한다. 천안시장은 청렴한 1800명 시 공무원들이 고개 들고 떳떳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